ADVERTISEMENT

[BOOK책갈피] 그 옛날 중국에도 '명퇴'가 있었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중국사의 수수께끼
김영수 지음,
랜덤하우스 코리아.
284쪽, 1만4800원

말과 황하와 장성의 중국사
니시노 히로요시 지음,
김석희 옮김,
북북서,
328쪽, 1만3000원

중국사는 두껍고 무겁다. 가지가 많고, 이야기도 많다. 시대를 따라 죽 읽어 내리기엔 부담스럽다. 이렇게 느끼는 독자들에겐 방법이 있다. 특정한 주제나 키워드를 정해 시대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것이다. 함께 선보인 두 책은 그런 식으로 중국사의 재미를 전해준다.

『중국사의 수수께끼』는 15가지 주제를 통해 중국사를 발려 놓는다. 모두 흥미진진한 얘깃거리를 담거나 상식의 허를 찌르는 주제들이다.

우선 왕과 그 주변에 관한 내용이 많다. 중국의 제왕은 과연 천수를 누렸을까. 아니다. 중국 역사에 이름을 남긴 611명의 제왕 가운데 제 명에 죽은 경우는 339명이라고 한다. 전체의 55.5%. 이는 평균이고, 격변기엔 비참한 최후를 맞은 왕이 더 많았다. 책의 통계에 따르면 암살·자살·고문치사에 원인불명의 의문사도 있다.

그러나 죽을 때 죽더라도 왕은 역시 절대권력자다. 따라서 왕의 개인적 취향은 사회의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했다. 문제는 왕이 엽기적이면 민초가 죽어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초나라 영왕 미위는 여성의 S라인에 사족을 못 썼다고 한다. 특히 남녀 불문, 허리는 무조건 가늘어야 한다는 게 왕의 지론이었다나. 그 비위를 맞추느라 궁녀들은 맹렬 다이어트를 하다 죽기도 했고, 배 나온 관리들은 허리띠로 배를 사정없이 졸라맸다고 한다. 또 당나라 현종은 닭싸움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왕이 그러다 보니 백성들도 자녀에게 글 읽기보다는 투계를 가르쳤다는 것. 이런 왕들의 엽기 취미 탓에 나라가 흔들거리기도 했는데 이는 결국 일인지배 체제의 구조적 한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관리의 선발과 대우, 그리고 퇴직 제도의 변천도 흥미롭다. 실적 중심의 인사고과와 성과급, 그리고 명예퇴직이 이미 고대에서부터 도입됐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휴가와 퇴직, 정년도 엄격했다고 하니 현대 관료제도의 틀은 먼 옛날에 형성됐던 셈이다. 그뿐 아니다. 한나라 때는 관료가 안심하고 퇴직할 수 있도록 퇴직 후에도 녹봉의 3분의 1을 종신 지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표창이나 특별상여를 줘가며 퇴직을 장려했다고도 한다. 명예퇴직과 공무원 연금제는 요즘 새삼스럽게 등장한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중국사의 말초적 흥미만이 아니라 교훈도 주려 한다. 예컨대 중국과 한국의 역사적, 경제적 차이를 들어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운하 건설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또 중국의 동북공정을 설명하면서 국내 학계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느냐며 각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컬러 사진과 도판이 수록돼 이해를 돕는다. 180점쯤 되는데 모두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찍거나 구한 것들이다. 다만 중국사에 빗대 한국의 현실을 비판하는 대목에선 가끔 너무 훈계조로 흘러 독자를 피곤하게 하는 게 흠이다.

번역서인 『말과 황하와 …』는 제목 그대로 중국사에서 말과 황하, 그리고 장성이 차지하는 의미를 풀이한 책이다. 유목민족의 침략과 이를 막기 위한 역대 중국 왕조의 노력을 요약하고 있다. 장구한 세월 속에서 황하와 만리장성을 경계로 서로 다른 민족과 세력 사이에 작용과 반작용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조명한다. 만리장성이라는 중국의 상징물을 통해 중국사를 흥미롭게 개괄해 주는 책이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