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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없이 임신하기

중앙일보

입력

뉴스위크천생배필 찾기보다 인공수정으로 아기 갖는 독신모 는다
미국 TV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의 여주인공 캐리 브래드쇼는 극중에서 이렇게 물었다. “백마 탄 왕자님이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백설공주는 유리관 속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을까? 아니면 언젠가는 깨어나, 독이 든 사과를 토해낸 뒤, 직장을 얻고 의료보험에 가입한 다음, 인근 정자은행의 도움으로 아기를 가졌을까?”

그 영화 제작사인 디즈니가 왕자님의 등장 없는 스토리를 어떻게 짜낼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만일 백설공주가 오늘날 혼자서 깨어난다면, 아마도 루이스 슬론의 충고를 따르지 않을까 싶다. 슬론은 인공수정 안내서 ‘혼자서 임신하라: 독신모로 살아가는 방법(Knock Yourself Up: A Tell-All Guide to Becoming a Single Mom)’의 저자다.

슬론은 늘 자신이 “반드시 결혼해야 할 부류의 여성”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녀는 41세에 독신이었다.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작가인 슬론은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자신이 ‘넘버 2’라고 부르는 미지의 기증자로부터 얻은 정자로 인공수정을 했다.

“넘버 2는 키가 크고 녹색 눈동자를 지닌 미남 배우(가장 좋아하는 색깔: 파란색. 좋아하는 애완동물: 강아지)였다.” 슬론이 직접 정액을 주입한 장소는 메인주에 있는 보수적인 노모의 여름별장 다락방이었다. 그렇게 출산한 아들은 지금 16개월이 됐다.

현재 슬론은 경험을 바탕으로 독신모를 꿈꾸는 여성용 안내서를 계속 집필한다. 30세 넘어 배우자 없이 임신한 다른 독신모 약 50명의 경험도 함께 소개한다. 동성애자도 포함된 그 여성들은 모두 경제적으로 독립되고 교육 수준도 높다.

이런 도발적인 주제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슬론의 태도는 이미 온라인상에서 신랄한 논쟁을 촉발했다. 슬론의 책은 최근에 출간된 같은 종류의 책 중에서는 가장 가벼운 내용이다.

그런 책들로는 웰레슬리 대학 로잔나 허츠 교수의 학술서인 ‘우연한 독신, 선택한 엄마(Single by Chance, Mothers by Choice)’와 미키 모리셋의 체험서이자 안내서인 ‘독신모 생활을 선택한다(Choosing Single Motherhood)’ 등이 있다.

선택이든, 혹은 상황 때문이든 독신모 생활을 고려하는 여성이 점차 늘어간다는 사실을 각종 자료는 보여준다. 30~44세 여성의 미혼 출산율은 1991~2006년에 20% 높아졌다. 지난해만 해도 미국의 신생아 10명 중 4명은 혼인관계 밖에서 태어났다.

10대 임신율이 65년 만에 가장 낮았는데도 그랬다. 미국 최대의 정자은행 중 한 곳인 페어팩스 크리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 회사의 독신 여성 고객 수는 20% 증가했으며, 지금은 전체 고객의 60%를 차지한다.

이런 비전통적인 어머니의 지위를 모두 수용하지는 않는다. 보수파인 댄 퀘일 부통령이 TV 드라마 속의 등장인물인 머피 브라운을 놓고 미혼 출산 문제로 훈계한 지 15년이 지났다. 최근에도 Salon.com에는 ‘혼자서 임신하라’를 비판하는 서평이 많이 올라온다.

비판자 중 한 명은 자신을 “이성애자이며 결혼한 백인 남성으로 친자녀 세 명을 두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슬론이 상위 중산층의 백인 여성으로 임신의 환상을 좇는다”고 썼다.

또 블로거인 글렌 삭스는 ‘아버지&가정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선택에 따른 독신모의 증가는 “세상을 어지럽히는” 현상이며 “미국의 아이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라고 개탄했다. 웰레슬리대 여성학과 과장인 허츠는 이렇게 말했다.

“‘자녀 양육에서 남성들이 독특하게 수행하는 일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매우 도발적이다. 그러나 내가 연구하는 독신모들은 육아에 도움을 줄 만한 남자들을 백방으로 찾아 다닌다. 그래서 삼촌이나 할아버지, 심지어 대학시절에 친했던 남자친구에게도 도움을 청한다. 남자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논쟁은 차치하고, 아버지 없는 가정이 자녀들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30년간의 연구를 보면, 편친 가정의 아이들은 양친 가정의 아이들에 비해 잘 해나가지 못한다. 사회학자인 새러 매크래너핸과 게리 샌더퍼의 연구에 따르면, 편친 슬하에서 자란 아이들은 고등학교 중퇴율이 약 2배나 된다.

또 편친 가정의 여자 아이들은 10대 시절에 임신할 확률이 두 배로 높다. 그러나 편모 가정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다룬 대다수 연구에 따르면, 10대 미혼모와 20대의 저소득층 여성(미국의 전체 미혼모 중에서 여전히 가장 많다), 그리고 경제력이 있고 비교적 나이 많은 선택에 따른 독신모 가정 사이에 차이가 없다.

또 소득과 교육수준을 감안하면 “아이들의 지적 발달, 학업 성취도, 행동 면에서 편친 가정과 양친 가정의 차이가 훨씬 더 줄어든다”고 코넬대 인간발달학과의 명예교수 헨리 리추티는 2004년도 논문에서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전역의 12~13세 아동 1500명을 대상으로 편친 가정의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아이의 복지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순히 양친의 존재가 아니라 어머니의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슬론은 “결국 모두 개인의 상황으로 귀결된다”면서 “그러나 나처럼 아이를 몹시 원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올바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슬론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유머감각을 유지하며 걸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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