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핫라인' 서청원 '대선 잔금 수첩' 최병렬…이명박 선대위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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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상임고문이던 서청원(左).최병렬(右) 전 대표가 15일 '이명박 선대위'에 합류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 화합을 위한 후속 조치"라며 "두 사람이 한나라당과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임명됐다"고 발표했다.

서 전 대표는 박근혜 캠프의 실력자다. 경선 과정에선 이명박 후보 공격의 선봉에 섰다. 그런 서 전 대표를 두고 이 후보는 "정치자금 때문에 구속까지 됐던 분"이라고 직접 비난했었다.

경선이 끝난 뒤에도 이 후보 측에선 서 전 대표가 눈엣가시였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던 때인 지난달 15일 서 전 대표를 만났다는 게 확인돼 감정 싸움은 커졌다. 이명박 후보 측은 "서 전 대표가 이회창씨의 출마를 부추긴다"고 흥분했다.

서 전 대표가 "내가 그럴 사람인가, 자칫 역사의 죄인이 될 수 있다"고 부인했지만 이명박 후보 측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이 후보 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이명박을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경선 중인 줄 아는 세력이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발언의 표적엔 서 전 대표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출마가 현실화되자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이명박 후보는 '박근혜로 이회창을 잡는다'는 전략을 세웠고, '서청원 잡기'가 본격화됐다. 서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 인사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명박 후보가 서 전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랜만이야"라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주엔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고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강재섭 대표가 총동원돼 서 전 대표를 설득했다. 지난주 서 전 대표를 만났던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서 전 대표가 '내가 이회창 후보를 부추긴 게 아니다'고 분명히 얘기하더라. 잘해 보자고 이야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회창 후보 출마로 야기된 한나라당의 격동은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서청원'이 '이명박의 이재오'를 밀어낸 결과를 낳았다. 이재오 의원은 서 전 대표의 중앙대 1년 후배다.

최병렬 전 대표에겐 2주 전쯤 이명박 후보가 직접 만나 고문직을 제안했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언급해 논란이 된 '2002년 대선자금 잔금의 비밀이 담은 검은색 수첩'의 소유자가 최 전 대표다. 이 후보는 14일 두 사람에게 전화로 '상임고문 임명을 발표하겠다'고 예의를 갖췄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는 서 전 대표 영입으로 박 전 대표와의 채널을 만들었다. 대선 잔금 비밀을 꿰고 있는 최 전 대표는 언제든지 이회창 후보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반면 서.최 두 전 대표는 '박근혜 패배'로 입은 상처를 딛고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래서 두 사람의 이명박 선대위 입성은 정치적 필요와 이해관계가 낳은 '빅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상하이 갔던 이재오 귀국= 9일 중국 상하이로 떠났던 이재오 의원은 주초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의원은 귀국후 측근들에게 "백의종군(白衣從軍)보다 더 몸을 낮춰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토(土)의종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이 의원은 16일 이명박 후보 선대위의 서울 필승 결의대회 참석으로 공식활동을 재개할 지 여부를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승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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