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병철 회장 20주기 추모 가족행사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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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고 이병철 회장의 20주기 추모식과 이건희 회장 취임 20년 기념식을 대폭 축소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이 회장 묘소에서 가족들끼리 모여 간단한 추모식만 열기로 했다. 호암재단 권순호 팀장은 "고 이 회장의 20주기에 맞춰 '호암자전' 개정판을 출간하기로 했던 계획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다만 경남 의령의 고 이 회장 생가는 예정대로 19일부터 개방한다.

삼성은 당초 고 이 회장 추모행사를 19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각계 인사를 초청해 열 계획이었다. 다음달 5일에는 이건희 회장 취임 20년 기념식도 크게 여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추모식이 조촐한 가족 단위 행사로 바뀌고 취임 기념식도 취소되자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맬 좋은 기회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추모행사와 기념식을 통해 삼성전자 초유의 정전 사태와 전자 계열사의 실적 부진 같은 악재를 털어내고 임직원들이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날 특별수사.감찰본부를 구성하겠다는 검찰 발표가 나온 직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다. 분란의 소지가 있는 공식 입장은 자제하겠다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파문에 이어 그룹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삼성의 한 임원은 "김 변호사 파문 이후 그룹 전략기획실이 위축돼 있다"며 "내년도 그룹 경영 계획은 물론 계열사별 신규 채용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소환 조사 등으로 업무가 6개월 가까이 마비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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