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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월街의 제로섬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월街는「지뢰밭」으로 불린다.「지뢰」를 밟아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거의 매일 꼬리를 문다.기대치에 부풀려 과다평가된 주식들이 「지뢰」들이다.조그만 나쁜 뉴스(惡材)에도 여기저기서 폭음이 터진다.
나이키나 리복.코닥.애플등 우량기업 주식들에도 안전지대는 없다.한번 폭발하면 주가는 10~50%까지 널을 뛴다.거래꾼들이잔뜩 쥐고 있다 악재를 감지하는 순간 내던진다.소위「모멘텀 주식」들의 수단이다.월街가 투자보다는 잽싼 베팅으 로 매매차익을노리는 투전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경보가 울리고 있다.「거래광기(狂氣)」(trading mania)로 불리는「괴질」이다.뉴욕증시의 상장주식수는 80년이후 20%가 늘었다.그러나 거래량은5배로 뛰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등 신흥 하이테크기업들이 주류를 이루는 NASDAQ는 거래량이 10배로 늘었다.거래량이 6배이상 늘어난 뮤추얼 펀드의 경우 작년에 투자운용자산 회전율은 연평균 1백5%였다.매니저들의 주식보유기간이 평균해 일년도 채 안된다는의미다. 컴퓨터의 계량모델로 투자자산을 선택하는 펀드들의 연간회전율은 3백%에 육박한다.게임의 룰은「제로섬」이다.
선의의 투자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자칫「시장의 용해」를 결과할수도 있다.더욱 큰 문제는 금융계 최고의 두뇌들이 비생산적인 제로 섬 게임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수학공식으로 사고 팔 주식을 선택하는 금융엔지니어들은 모두 일류대학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같은 인재(人材)낭비도 없다는 지적이다.
금세기초 월街의 전설적인 거래자 제시 리버모어의 선견지명이 새삼 돋보인다.『사들일 엄두를 못낼 정도로 너무 비싸거나 팔 엄두를 못낼 정도로 싼 주식값은 존재하지 않는다.어떤 상황이라도 매매를 꼭 해야만 한다고 믿는 바보들은 월街에 항상 있다.
나는 개개 주식을 보지않고 시장이라는 시스템과 플레이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그 산술이다.』1923년 회고록에서그가 털어놓은 거래자의 지혜다.70년후 그 산술만 한결 복잡하고 정교한 수식(數式)으로 발전했을 뿐 이다.포철주와 한전주의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우리 입장에서「지뢰밭」은 더이상 강건너 불이 아니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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