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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주부통신>30.日노인들 고령자 조합만들고 독립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80년대 초 「앞으로 일본사회는 결혼 못한 아들과 노모(老母)의 동반자살이 급증할 것」이라고 여류작가 우에노 지즈코(上野千鶴子)는 예언했다.이런 극단적인 표현의 배경은 자립한 여성들이 「별볼일 없는」남자와의 결혼을 거부하고 지금까 지 며느리가짊어졌던 노부모의 시중을 아들도 맡아야하는 사회변화다.
93년 현재 일본여성의 평균수명은 83세이며,남성은 76세.
65세이상 인구가 14%를 차지하는 일본은 이제 두말할 여지도없는 고령화사회다.의학의 발달로 거동도 못하고 10년 넘게 누워살거나 일상생활에 특별한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노인이 2백만명으로 추산된다.80세이상의 노인들은 4명중 1명이 치매증세를 갖고 있다.
가족관이 급변하는 일본사회에서 이런 노인을 누가 돌볼 것인가.물론 의지할 곳 없는 저수입.무수입 노인은 양로원 등 공공시설이 돌본다.상류층 고소득노인은 자신의 경제력 덕분에 나름대로상당수준의 보살핌을 받을 방법이 있다.그러나 중 류의식을 갖고있는 노인들은 가장 곤란한 부류.자식은 맞벌이부부라서 돌볼 여유가 없고,시설이나 서비스가 신통찮은 양로원은 노인이나 자식 모두 남의 눈 때문에 꺼린다.
고령자 처우연구회가 조사한 노인학대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노인학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발포기및 방치,다음은 폭력및 묶어두거나 방에 가두는 것인데 그 가해자(加害者)는 며느리가 1위.즉 며느리의 정신적.육체적 부담 이 크다는 사실과 함께 그런 행위를 심각한 인권침해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최근 나이 든 남성들을 위해 생긴「수발교실」에서는 기저귀갈기,휠체어 조정법,목욕 도와주기등을 지도한다.나이든 부인이 쓰러지더라도 며느리의 도움을 받기는 어려워지는 만큼 결국 남편이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경로(敬老)의 날(9월15일)」을 즈음한 지난달 13일에는 「센터 사업단 고령자협동조합」이 설립돼 눈길을 모았다.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자신들의 재취업.생활필수품 공동구입.가정부 파견등 당면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모 임이다.
『참된 경로정신은 노인을 앉혀두기만 하는게 아니라 오랜세월 쌓아올린 그들의 경험과 실력을 배우는 것』이라며 1백세의 현역게이샤(일본기생),81세의 보디빌더,53세의 스트립쇼걸(?)까지 출연한 이들의 모임은 대성황을 이뤘다.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자신이 택한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현재의 나 자신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입을 모으는 이 노인들의 이야기는 고령화사회를 맞는 우리들이 다함께 되짚어봐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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