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日의 속보이는 양다리 외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쉬리더(徐立德)대만(臺灣)행정원부원장의 방일(訪日)문제를 놓고 일본 외무성의 장기(長技)인 양다리 외교가 또 나오고 있다. 아시안게임 참석을 위해 스포츠관계자 자격으로 방일한 徐부원장은 2일 히로시마(廣島)아시안게임 환영대회에서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문부상과 만난데 이어 4일 도쿄(東京)로 왔다.그는6일까지 도쿄에 머무르면서 親대만 자민당 중.참의 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徐부원장의 이런 행동은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 중국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쉬둔신(徐敦信)주일(駐日)중국대사는 3일 사이토 구니히코(齊藤邦彦)차관을 방문,『徐부원장이 요사노 문부상을 만난 것에 대 해 언급한 뒤 스포츠 관계자의 자격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즉각 경고했다. 중국은 徐부원장이 日고위급 인사와 만날 경우 中日 고위급인사의 교류정지등 강경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토 차관은 徐부원장과 요사노 문부상의 만남은『파티에서 명함을 교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치적 활동과는무관하다고 徐대사에게 밝혔다.日외무성은 또『지금까지도 정부간 접촉은 하지않는 대신 비정부간 접촉은 해왔으므로 徐 부원장이 자민당의원과 만났다고 해서 日中공동성명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는 대응논리를 만들어 놓고 있다.徐부원장이 자민당의 親대만파의원들로 구성된 일화(日華)의원간담회등에서 자민당의원들을 만났을 때를 대비한 것이다.
일본은 중국의 아시안게임 거부 위협에 굴복해 아시아 올림픽평의회가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에게 발부한 초청장도 취소케 했다.그뒤 대만을 달래기 위해 徐부원장을 스포츠관계자라는 자격으로 입국을 허용했다.정치.경제대국인 중국과의 관계 에 상처를 주지않고 깊은 경제관계가 있는 대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양다리외교의 진가가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