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평>김희성著 "포스트모던 사회와 열린 종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 책은 서강대학교의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가 「근대성을 지향해 온 인류의 문화가 이제 하나의 총체적인 문명사적 전환점을 맞게 된」정황속에서 「종교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집필한 것이다.
제1장 열린 신앙을 위하여,제2장 비교연구를 통해 본 신앙세계, 제3장 아시아 신학을 위한 시도 등의 세 장으로 이루어져있고 모두 13편의 논문이 실려있다.
각 논문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통하여 종교가 스스로 열려지지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펴고 있다.그 주장의논거는 분명하고 그 주장의 논리는 명료하다.
특히 불교.힌두교.기독교등 각 종교전통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지식은 지극히 인상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의도가 그처럼 투명하고 설명이 더할 수 없이 친절한데도 불구하고 몇가지 측면에서 독자로 하여금 저자의 「진의」에 대한 물음을 묻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이른바 포스트모던 사회가 스스로 지니고 있는 종교에 대한 물음이 충분히 전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이를테면 종교다원현상이 문제가 아니라 종교라고 하는 현상에 대한 전통적 인식의 해체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유념해주었더라면 하는 희망이 그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이 책에 실린 여섯편의「비교연구」에서 절실히 드러난다.이것이 두번째 지적할 수 있는 사항이다.비교연구의 방법론적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의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비교 결과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려는 것도 아니다.문제는 「자비와 사랑」 「예수와 보살」이 같다든가 다르다는 진술이 스스로 저자가 전제한 포스트모던 사회의 종교다원현상이 지니고 있는 물음에 대해 적합한 해답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돈오점수론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이해」「선과 민중해방」「힌두교적 관점에서 본 그리스도교」「그리스도교와 정토신앙」등의논문에서 나타나는 「이해」는 그 참신하고 해박한 지식과 창조적인 비전,그리고 선명한 논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교적「포옹주의」의 진술로 읽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들은 저자가 종교에 대해 지니고 있는 이해가상당히 규범적인 전제에 바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니게 한다.
이를테면「종교를 문화현상으로 보는 것은 그것을 세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는 서술에서 앞서 지적한 두가지 사항의 소이연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하게 된다.이것이 세번째 지적하려는 문제점이다.
「세속적」인 것과의 대칭개념으로 전제되는 종교이해가 저자가 스스로 그렇게 호칭한 이른바 포스트모던 사회의 종교물음을 수용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전개했다면 그 해답이 물음과는 상관없는규범적인 것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불 가피한 귀결이라고 판단되는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저술이 자신의 「정신적 편력」의 발자취라고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전통적인 신앙이 어떠한 형태로 변모할 것이며 또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하는 것이 이 책의관심사라고 밝히고 있다.이 두가지 언급은 이 저 술이 「고백적」 「규범적」이라고 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독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를 저자의 주제를 통하여투영할 수 있는 지평을 자신도 모르게 제한당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