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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문병욱 가족같은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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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 눈으로 직접 봤다", "대선자금 준 걸로 생각했다."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첫날. 핵심 증인들의 무더기 불출석 사태 속에서 김성래 전 썬앤문그룹 부회장은 단연 주목을 받았다. 열린우리당이 "편파 청문회"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가운데 10일 오후 열린 청문회에서 한나라당.민주당 의원들은 金씨를 상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의혹을 캐물었다. 金씨는 시종 당당한 표정과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의원들의 질의에 거침없이 답했다.

그는 자신의 농협 불법대출 혐의에 대해 "청문회가 없었으면 나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될 뻔했다. 민주당.한나라당에 감사한다. 지금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사망했을 때와 똑같은 심정"이란 말도 했다.

◇盧대통령, 감세 부탁 했나 안 했나=金씨는 盧대통령과 문병욱 회장이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가족 같은 관계"란 발언을 두번이나 했다. 그러면서 "文회장이 盧대통령에게 감세 청탁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세 청탁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金씨는 썬앤문그룹의 회계사로부터 盧후보가 국세청에 전화를 해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文회장에게 요청했고, 文회장은 다시 안희정씨에게 전화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安씨가 부산에서 盧후보에게 부탁했고, 盧후보가 당시 손영래 국세청장과 통화한 뒤 감세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孫전청장은 "안희정씨와는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다"며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盧후보에게서 전화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여야 의원들에게 정치자금 줬다"=金씨는 한나라당 심규철 의원과의 문답에서 여야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정치자금을 준 내용을 털어놓아 청문회장을 긴장시켰다. 그는 "썬앤문이 있는 지역 등의 의원들에게 영수증을 받고 정치자금을 줬다"면서 "경기도, 인천 송도 등"을 열거했다. 하지만 논란이 될 것을 우려한 듯 "영수증을 받고 준 후원금"이라고 했다.

◇'노'자 논란=孫전국세청장을 상대로 감세 청탁 여부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당시 71억원이란 액수가 적힌 썬앤문 관련 국세청 자료에 '노'자가 쓰인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은 "서류에 '노'자라고 쓴 것 때문에 71억원이 23억원으로 줄었다"며 "'노'자 하나가 48억원의 위력을 가진 것이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도 "노(盧)씨가 부탁했다는 뜻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孫전청장은 "영어로 '아니다'는 의미의 'no'인 것으로 들었다"며 "71억원이란 액수는 추징 액수도 아니고 검토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용호.김선하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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