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차장이 허위 유공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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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일권(사진) 국가보훈처 차장이 공무 수행 중 다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며 국가유공자 자격을 얻은 뒤 자녀들 학자금과 취업 혜택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다. 정 차장은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청와대는 11일 수리했다.

이는 최근 '공무원이 공무상 상해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 혜택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본지 10월 24일자 10면)이 학계와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다.

감사원 특별조사본부에 따르면 평소 디스크를 앓아 온 정 차장은 2004년 6월 "사무실 책상을 옮기다 디스크가 악화됐다"고 서류를 작성한 뒤 국가보훈처에 '공상(공무상 질병) 공무원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해 자격을 획득했다. 정 차장은 1999년 보훈처 서울남부지청장 재직 시절에도 같은 명목으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공상으로 인한 요양 승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국가유공자 자격은 공상 승인보다 훨씬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정 차장은 공상 승인을 신청한 지 5년 만에 똑같은 질병으로 더 어렵다는 유공자 자격을 따냈다. 감사원은 정 차장이 유공자 자격을 따기 두 달 전까지 국가유공자 자격 심사와 등록을 담당하는 보훈처 보훈관리국장을 지낸 사실에 주목하고 추가 비리 사실을 캐고 있다.

정 차장은 이후 유공자 자격을 토대로 당시 대학 재학 중이던 아들과 딸의 학자금을 전액 지원받았다. 또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국가유공자 자녀 고용명령'(기업이나 공공기관이 국가유공자 가족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채용토록 하는 제도)을 이용해 면접 등 전형절차 없이 보증보험회사와 공기업에 취직시켰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달 중 감사위원회를 열어 국가보훈처에 정 차장의 국가유공자 등록 취소와 자녀들의 입사 무효 조치를 취하도록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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