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현재 속도대로 비핵화 진행 땐 연내 테러지원국서 빠질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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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르면 12월 말께 미국의 대북 제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단계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고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해제되는 방안이 물밑에서 타진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인천공항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 이행과 핵시설.핵 활동 신고상황에 맞춰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이날 7박8일간의 미국.캐나다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송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능화 과정이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진전되고 있다는 평가를 했다"고 밝혔다. 10.3 합의에선 연내에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가 성실히 이뤄지면 이에 상응해 미국도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북한이 현재 속도대로 비핵화 관련 일정을 이행하면 미국은 늦어도 내년 1월 초 테러지원국.적성국교역법과 관련한 제재를 중단한다는 데 한.미 간에 의견 조율을 끝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사건 1년 뒤인 88년 미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다. 미 재무부는 6.25 전쟁 발발 후 적성국교역법에 의해 대북한 교역.금융 거래를 전면 금지해 왔다.

북한은 이미 영변의 5㎿ 원자로를 비롯한 3개 핵시설을 대상으로 불능화 조치에 착수했다. 대북 제재 해제의 마지막 고비는 최소 50㎏으로 추정되는 무기급 플루토늄 보유량의 성실한 신고 여부다.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려면 미 행정부는 규정상 지정 해제가 이뤄지기를 원하는 날짜의 45일 전까지 의회에 북한의 테러 지원 사실이 없음을 보장하는 증명서류를 보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연내 해제를 위해 이달 16일까지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참가국에 납득할 만한 수준의 플루토늄 추출.사용량을 신고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송 장관과의 일문일답 요지.

-옛 소련의 핵무기 폐기를 지원한 넌.루거 프로그램을 입안한 루거 상원의원을 만났는데.

"루거 의원이 적극적으로 대북 협의 자세를 보였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루거 의원의 보좌관이 면담 자리에 나와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넌.루거 프로그램의 대북 적용 가능성은.

"넌.루거 프로그램은 옛 소련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북한 핵 문제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앞으로 미 행정부 차원에서 (법 적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고 나면 미 의회가 다시 (북한 핵) 상황에 맞게 조정을 해야 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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