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수출 행동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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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국 무역정책의 새로운 철학으로 「수출 행동주의」(Export Activism)가 등장했다.美 재무부의 래리 사머스 국제담당 재무차관은 지난주 미국 주요기업 경영자들의 모임인 아메리칸 비즈니스 콘퍼런스에 초청연사로 참석,자신이 창 안한 새 무역 이데올로기를 직접 설명했다.
현재 미국경제학계에는 40대의 「세 천재」가 계속 화제다.MIT에서 스탠퍼드로 자리를 옮긴 폴 크루그먼은 「경제학계의 버릇없는 아이」다.
하버드의 제프리 삭스는 「쇼크요법의 젊은 명의(名醫)」다.하버드에 재직중 세계은행-클린턴행정부로 「외도(外道)」중인 래리사머스는 양친이 모두 경제학자인데다 삼촌은 「현대경제학계의 대부(代父)」인 MIT의 폴 새뮤얼슨,외삼촌은 스 탠퍼드의 노벨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다.
사머스를 차관으로 영입하면서 클린턴대통령과 벤슨재무장관은 그에게 세가지일을 맡겼다.G-7과의 정책 조정,IMF및 세계은행의 역할개선,그리고 미국무역정책의 기본전략 마련이었다.클린턴 취임후 미국무역정책은 그의 외교정책만큼이나 헷갈렸 다.
무역자유화협상을 주도하면서도 양자협상에서는 툭하면 「주먹」을내보였다.이를 「철학」으로 체계화를 시도한 것이 「수출행동주의」다.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미는 것이 순수 자유방임주의다.더이상 왼뺨을 내밀지 않겠다는 취지다.대응적 보호주의와도 다르다』는 설명이다.
『무역은 미국만이 아니고 모든나라에 좋다.그 궁극목적은 생활수준향상이다.따라서 수출촉진을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삼고 무역확대를 막는 안팎의 정책적 장애는 적극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전제다.
이의 받침대는 5가지다.무역확대를 위한 지속적 성장유지가 그첫째다.미국의 적자해소,유럽의 금리인하,일본의 경기부양책이 촉구된다.둘째는 정부의 수출촉진이다.국제입찰에 외국정부들이 로비에 나설경우 대응로비를 적극 편다.
다자간 무역협정을 통한 무역장벽 제거가 셋째다.
양자간 협상을 통한 「자유화담판」이 그 넷째고 마지막 수단으로 슈퍼 301조등을 통한 일방적 보복조치가 그 다섯째다.
「자유무역의 복음(福音)이냐,아니면 칼이냐」는 무역포교(布敎)를 연상케한다.자유화의 이름아래 보복을 합리화한 「무역경찰 행동강령」이라고나할까.「무서운 아이들」다운 작품이다.
〈本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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