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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러브콜 … 미 - 프랑스 훈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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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방주의' '늙은 유럽'이란 상호 비아냥으로 상징되던 미국과 프랑스 간의 오랜 불화가 4년 만에 눈 녹듯 사그라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미국을 첫 공식 방문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7일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에 공동 대처하는 등 새로운 협력관계를 열기로 다짐했다. 사실상 미-프 동맹을 복구하기로 한 것이다. 사르코지의 대미 '스킨십 외교'다.

◆국부 워싱턴의 사저에서 정상회담=두 정상은 버지니아주 마운트 버넌에 있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사저에서 회담한 뒤 "양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대 테러전과 핵확산 저지 등 현안마다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프랑스를 믿어도 된다"는 말로 부시 대통령을 감동시켰다. 부시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비전이 분명한 파트너로 평화를 위해 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분"이라고 화답했다.

뉴욕 타임스는 "회담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온 부시 대통령이 건국의 모태인 마운트 버넌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만난 건 주목할 만한 예우"라고 평가했다.

◆미 의회 사로잡은 사르코지=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미국과 프랑스의 우정은 굳건하다"고 강조해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프랑스를 해방해 준 미국에 감사한다.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미군이 쓰러진다면 프랑스를 위해 희생됐다고 생각할 정도"라는 말로 시작한 그의 연설은 의원들의 기립박수로 몇 차례나 중단됐다. 이어 "우리는 가족도 그렇듯 어떤 사안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늘 진정한 친구로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경과 전망=임기 14개월을 남겨놓고 이란의 핵 개발 저지, 아프가니스탄 관리에 동맹국의 협조가 절실한 부시 대통령과 자국 내 우파 바람을 타고 집권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의기 투합한 결과다.

프랑스 언론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미국에 할 말도 했다고 강조했다. 르몽드는 7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 교토의정서를 외면하고 있는 미국에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는 달러화 약세와 관련, "'통화혼란'이 경제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하기도 했다. 미국이 원하는 발언을 선물하고, 프랑스가 바라는 정책을 받아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르코지의 대미 러브콜은 2009년 출범할 새 행정부를 겨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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