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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下濁上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천(仁川)북구청의 세무(稅務)부정이 수백억원대에 달한다는 보도들이 시민들을 참담(慘憺)하게 만들고 있다.일개 세무서 여직원이 수년만에 집을 네채씩이나 갖게되었다는 소리에 놀랐던 사람들은 그것이 인천 북구청 전체의 부조리로 이어지 고,다시 그것이 지방세(地方稅)를 걷는 과정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있는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서는 더 할 말을 잊는 것 같다. 어떤 주부는 세금 몇천원 안내도 붉은 줄 쳐진 최고장(催告狀)이다,압류(押留)다 하면서 눈을 부라리던 세무공무원들이 자기들은 아예 세금조차 물지 않을 뿐더러 세금을 멋대로 책정하고영수증을 멋대로 변조(變造)하는 「세금도둑」이었다 는 사실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분통을 털어놓았다.그런 심정이 어디 그 주부뿐이겠는가.
그런데 그런 분노가 소박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한 공직자는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자기의 친척이 시골에서 공장이랄 것도 없을 정도의 작은 가내(家內)공장을 하고 있는데 어느날 엄청난세금이 나왔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 싶어 군청 을 찾아갔더니 마침 담당이 같은 동리출신의 아는 사람이었다.그를 붙잡고 하소연했더니 걱정말고 돌아가라고 하더라는 것이다.그러더니 아예 세금이 부과되지 않더라는 것이다.그 해 뿐만이 아니고 그 다음해도,그다음해에도. 물론 모든 사람이 그처럼 아예 세금을 안낼 리는 없을 것이고, 그 경우의 사업이란게 집안일 같은 소소한 것이어서 안내도그만일지 모르지만 세무공무원의 자의(恣意)가 고무줄처럼 신축자재(伸縮自在)하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못할 일이다М 더욱 분통 터지는 일은 도망간 인천사건 관련자가 어떤 TV에 나와서는『내가 입을 열면 2급이상 20명,그 이하 1백50여명의 모가지가달아난다』고 큰소리 치는 것이다.
그의 진술이 믿을만 하다면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인천에 2 급이상 공무원이 몇명이나 되겠는가.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관련돼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변명인즉 개혁(改革)작업이 위에서만 겉돌고 아래로 확산되지 못한 탓이란다.그래서 시장(市長)을 바꾸는등 인사를 했다.앞으로 세무공무원은 재산등록을 하게 하고 연내로 민원부서 근무자는 전부 물갈이를 하며 하위직(下位職)에 대 한 특별감사도 대대적으로 벌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위는 깨끗한데 아래에서만 부정이 일고 있다는 이런 식의 조치와 변명이 국민으로부터 어느 만큼 믿음을 받을지 모르겠다.아래의 부정이 이토록 조직적이고,일상적이고,만산편야(滿山遍野)해 있는데 윗사람들만은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과연 있을까.위가 흐리면 아래가 깨끗지 못하다는데(上濁下不淨)아래가 흐려도 위는 깨끗하단 말인가.
그동안 개혁의 전국민적인 확산을 장담해왔던 문민(文民)정부가스스로 개혁작업이 위에서 겉돌았다고 고백한 것은 참말 다급해서일 것이다.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문민정부가 고작 1년반동안에 30년 군사정권의 쌓이고 쌓인 적폐(積 弊)를 낱낱이 씻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민정부가 정권초기에 다짐했듯 부패청산작업은 참으로 시급하고절실한 과제다.그것이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속에 이처럼 아무런 진척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 그들이 할 일은 전혀 하지 못한 셈이다.그것은 문민정부 내부에 대통령과 함 께 칼국수를 계속 먹을 수 없는 세력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위도 再개혁해야 우리는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정말 대대적이고 본질적인 물갈이가 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지난번 민자당(民自黨)개편때도 지적했지만 김영삼(金泳三)정부가 할 일은정권을 재창출(再創出)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어디어디의 정서(情緖) 라는 것을 봐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다시 개혁으로되돌아가는 것 뿐이다.문민정부의 역사성(歷史性)은 개혁에 의해서만 담보(擔保)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그러려면 개혁적인 신정치(新政治)세력을 창출해내야 한다.그것이 金泳三정부의 최초 과제이며 마지막 과제여야 할 것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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