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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曺圭河 前부회장 떠난 전경련 앞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전경련(全經聯)의 조규하(曺圭河)前부회장이 전남지사에 임명됨에 따라 재계구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曺전부회장을 핵심 정치권를 잇는 연결고리로 삼아 문제가 있을 때마다 활용해왔기 때문이다.또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각 그룹 총수들의 화합을 다지는 데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 앞으로 그를 대신할 인물을 물색하는 일도 과제다.기 업의 오너도아닌 그가 떠남으로써 재계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에게 맡겨진 짐이 그만큼 컸다는 데 근거한다.
曺전부회장의 역할은 주로 정치권과 일반국민들의 재계에 대한 정서를 바로잡고 재계에 위해롭지 않게 정책의 방향을 앞장서서 트는 일이었다.전무 시절 6공정부의 대기업 부동산 강제처분 사건에서 그는 이같은 역할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새 정부 들어 이통(移通)의 주도회사 선정때도 마찬가지였다.
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집권 초기 재계와의 냉각기간을 거쳐 30대 대기업그룹 총수와 회동에 나서자 재계는 그를 화답의메신저로 내세웠다.
민간차원에서 국가경쟁력 강화 사업을 맡긴 것이 그것이다.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규정 개정안 마련때도 그는 재계의 대변자였다.
때문에 재계총수들은 입장곤란한 일이 있을 경우 곧잘 曺전부회장을 직접 불러 지시하는 때가 많았다.그만큼 마당발이었다는 얘기다. 재계는 이처럼 믿을만한 심부름꾼을 잃은 셈이다.당장 1주년을 맞게 되는 국가경쟁력강화 사업의 마무리 작업도 문제다.
전경련회장단은 재계의 對국민 이미지도 개선하고 국가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정부에도 인식시킬 겸해서 작년 9월말 이 사업을 시작했다.
최종현(崔鍾賢)회장이 가닥은 잡아줬으나 실무주역은 曺전부회장이었다. 재계는 특히 지자제 선거나 총선등 정치권과 무리없는 관계를 유지해야 할 굵직굵직한 정치사안을 앞두고 매개자를 놓치게 돼 난처한 입장이다.또 공기업 민영화나 사회간접자본사업 확충 등의 실질적인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에 재계 화합을 이 끌 메신저를 잃게 되었다.
당장 내년 2월 회장단 선거도 다가오고 있어 이를 조율하는 일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느냐도 문제다.정부 출신의 유력인사에 맡길 것이라는 얘기도 있으나 회장단 선거시까지 공석이 될 가능성도 있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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