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제2도시 進駐 작전 끝-아이티 현지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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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이티는 이제 완전히 미군의 손아귀에 장악된 듯한 느낌이다.
아이티 군인들과 경찰들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미군들을 지원하고 있으며,길가에 보이는 숫자도 크게 줄었다.미군이 진주한 첫날 시위군중을 때려 사망케할 정도의 기력도 이젠 찾아 볼 수 없다. 미군 진주 나흘째인 22일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미군들의 움직임만 분주할 뿐이다.항구에 30여척의 미군 함정이 정박하고 있고 배에서 내리는 미군들의 표정에서는 처음의 긴장된 모습을 읽을 수 없을 정도다.
요즘 아이티인들의 일상은 미군들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비쳐진다.
항구에는 어림잡아 5천여명은 될듯한 군중들이 모여 배에서 내리는 미군들을 구경(?)하고 있고 시가지 곳곳에도 달리는 미군장갑차를 보려는 아이티인들로 시끌벅적하다.장갑차가 지나갈 때마다 주민들은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며 호감을 보이 고 있고,아이들은 미군들에게 달려들어 구걸하는 모습도 흔하다.
아이티의 법에 따르면 군인은 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라울 세드라는 망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이티인들은『유리한 퇴진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세드라의고단수 협상카드』라고 말한다.
실권자 세드라에 대한 주민들의 적개심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미국이 복권을 추진하고 있는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망명대통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주민들에겐「과연 아리스티드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아이티를 통치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널리 깔려있다.군중들 중에는『우리는세드라도 아리스티드도 싫다.차라리 미국이 이 나라를 다스려 달라』는 희망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는 사람도 많다.
아이티의 準군대조직인「아이티 인민 전진전선」은 22일 소속 군인들에게『살상무기를 포기하고 민주주의 평화적인 회복에 동참하라』는 성명을 발표,더이상 아이티에는 미군의 위협요인이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종일 들리는 미군 헬기와 수송기의 굉음에서 미군의 움직임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느낄 수있다.
이날까지 9천여명을 진주시켜 주요 시설물들을 장악한 미군은 공항과 공군기지,주요 산업체 등을 접수했다.이날 미군 1천여명은 아이티 제2의 도시 카프 아이시앵에 진주해 지휘본부를 설치함으로써 사실상 아이티에 대한 군사적 장악은 끝난 셈이 됐다.
[포르토프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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