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리모델링] Q : 가게 정리해 목돈 생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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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Q : 경북 경주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부부입니다. 운영 중이던 가게를 정리해서 목돈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굴릴 수 있을까요. 3년 후엔 둘째 아이의 출생과 더불어 집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A : 최모(31)씨는 차량 정비소에 근무하는 남편의 월급과 본인이 문구점·인쇄소를 운영하면서 번 돈을 알뜰하게 모아오고 있다. 그러나 육아 문제로 운영 중이던 가게들을 정리하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현재는 남편 월급(200만원)과 본인이 부업으로 버는 돈(30만원)이 전부다. 어떻게 하면 가지고 있는 종자돈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자산을 불려 나갈 수 있는지를 자문단에 의뢰했다.

#돈에 이름표를 붙여라

최씨와 같은 30대 부부들은 분명한 재무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자산 운용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다. 재무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3년 후 30평형대 아파트 구입자금, 자녀 두 명(둘째 출산 시)에 대한 교육자금, 그리고 부부의 노후자금 마련이다. 각 재무목표에 맞는 이름표를 달아 구체적인 운용 전략을 짜도록 한다.

먼저 ‘내 집 넓히기’다. 정기예금 2000만원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1억2000만원 중 만약의 경우 필요한 1000만원을 제한 나머지 1억3000만원을 굴려보자. 정기예금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그대로 놔둔다. CMA에 넣어둔 1억1000만원은 펀드에 투자한다. 최근 신흥 시장의 강세를 감안하면 국내와 해외 비중을 각각 30%, 70%로 가져갈 만하다. 이 가운데 해외 펀드는 지역을 분산해 투자한다. 중국과 인도에 각각 20%,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일본 제외) 펀드에 각각 10%, 20% 투자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15%, 해외 펀드는 20%로 가정할 경우 3년 후 2억300만원이 모인다. 지금 살고 있는 집(7000만원)을 합치면 3년 후에는 2억7300만원이 마련된다. 30평형대 아파트로 충분히 옮겨갈 수 있는 돈이다.

다음은 ‘우리 아이 교육비’다. 주가연계증권(ELS) 1400만원과 인덱스 펀드 600만원을 합한 2000만원이 종자돈이다. ELS는 상대적으로 주식형 펀드보다 안전하기는 하다. 그러나 교육비는 장기 투자인 만큼 ELS나 인덱스 펀드보다는 공격적인 펀드로 갈아타도 괜찮다. ELS와 인덱스 펀드 환매 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도록 한다. 현재 4년제 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600만~800만원으로 4년 동안 2400만~3200만원이 필요하다. 연간 등록금 상승률(7.5%)과 생활비를 고려하면 실제 마련해야 하는 돈은 이보다 크다. 2000만원을 연 15%의 수익률로 20년간 운용하면 3억2000만원이다. 물가상승률(연 3%)을 감안하더라도 2억원은 된다. 둘째 아이를 갖는다면 20년 후 자녀 한 명당 1억원의 교육비가 마련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노후자금 마련’이다. 현재 보유 중인 주식 2000만원과 매달 20만원씩 적립하는 적립식 펀드가 재원이 될 수 있다. 직접 투자가 무조건 나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선 간접 투자가 낫다. 주식형 펀드로 돌리기를 권한다.

#내 집 넓히기, 서두르지 마라

지난 수년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인구가 늘지 않고 주택 공급이 넉넉하게 이뤄졌다. 집값 상승 가능성은 매우 낮은 셈이다. 따라서 집 넓히기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다만 올해부터 지방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분양가 상한제, 청약가점제의 여파로 신규 공급이 위축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3~4년의 시차를 두고 주택 부족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집을 팔고 전세로 돌아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분간 펀드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린 후 3~5년 내에 30평형대로 내 집 넓히기에 나설 것을 권유한다.

또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높은 신규 분양보다는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 공급 물량이 비교적 넉넉한 지역의 경우 투자 가치보다는 주거 가치가 더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보험료는 줄여서 노후 대비

일정한 수입이 있고 빚이 없어 자산 구조가 양호한 편이다. 다만 생활비 지출이 많다. 한정된 수입에서 투자 비중을 높이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게 되면 투자 여력이 생긴다. 아예 매월 투자 금액을 미리 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생활비로 쓰도록 하자. 생활비 명목으로 사용되는 149만원에서 20만원을 줄여 연 15%의 기대수익률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20년 후에는 약 2억9900만원을 확보할 수 있다.

최씨네는 남편(3건)·본인(1건)·자녀(1건) 등 총 5건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돼 있다. 매월 27만원을 보험료로 지출한다. 다만 가정의 소득이 남편에게 집중된 만큼 가장의 부재시를 대비한 대책이 부족하다. 남편의 건강보험 중 1건을 정리해 자녀 성장에 맞춰 정기보험에 가입하도록 한다. 정기보험은 필요한 보장기간을 정할 수 있으므로 보험료의 납입 부담이 없고, 직업(차량 정비업)에 제한을 받지 않아 가입이 용이하다. 간혹 특정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보장 내용에 제한을 두고 있으므로 가입 전 이를 반드시 확인한다. 또 남편 앞으로 된 국민연금 외에 노후 준비가 없는 상황이다. 생활비를 줄여서 마련된 20만원을 본인 명의의 변액연금에 가입하도록 하자.

정리=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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