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리모델링] Q : 2억 대출금 있는데 … 집 바꾸고 돈 불리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Q : 30대 맞벌이 부부입니다. 지난해 대출받아 경기도 용인에 아파트를 샀지만 직장과 너무 멀어 서울 화곡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빚을 갚는 데 주력했습니다. 빚만 갚을 게 아니라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년에는 아이도 낳을 예정입니다.

A : 박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2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경기도 용인에 아파트(현 시세 5억3000만원)를 마련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고 직장과도 멀어 후회하고 있다. 회사와 가까운 서울 강서구로 이사하고 싶어 한다. 지금까지 5000만원을 갚았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이어서 계속 대출금 상환에 힘을 쏟을지, 펀드 투자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부부 중 한 사람 소득만으로 생활하라.

박씨 부부의 월수입은 733만원이다. 한 달에 생활비가 140만원, 부부 용돈이 130만원으로 전체 수입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생활비 140만원은 두 사람 용돈을 제외한 순수한 생활비로는 과도한 규모다. 특히 내년에 아이를 낳을 예정이어서 앞으로 쓸 돈은 더 늘어나고 출산 휴직으로 수입은 줄어 지출 증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어떤 투자보다 강력한 재테크는 ‘지출 관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는 특히 외벌이보다 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뿐 아니라 시간을 함께 못 보내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보상 차원에서 돈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한 사람 수입이 중단될 경우 지출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맞벌이하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한 사람 소득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고 나머지 한 사람 몫은 고스란히 저축하는 것이 좋다. 박씨 부부는 당분간 대출금을 갚고 주거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집 문제가 해결되고 아이가 태어난 이후엔 자녀 교육 자금과 노후에 대비한 재무설계에 나서야 한다.

#재테크에 융통성을 발휘하라.

박씨 부부의 경우 재테크에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테크의 기본 원칙은 ‘대출이 있으면 투자 이전에 대출금부터 갚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예금 금리가 대출 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예금과 대출 금리가 같은 경우라도 예금이자에는 이자소득세가 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립식 펀드의 기대수익률을 연 10%로 가정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 주식형 적립식 펀드는 투자수익 대부분이 비과세이고 현재 추세라면 두 자릿수 기대수익은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대출금을 고스란히 남겨 두고 여유자금을 모두 펀드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 박씨 부부는 아직 젊은 30대인 만큼 다소 공격적인 재테크를 해야 한다. 따라서 여유자금은 대출금 상환과 적립식 펀드로 나눠 운영하는 것이 좋다. 현재 구체적 계획 없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펀드에 나눠 담고 있는 여유자금을 2년 내 대출금 5000만원 상환을 목표로 매달 200만원씩 갚고, 금융자산 투자를 위해선 월 100만원을 펀드에 투자한다. 올해 초에 가입한 청약예금은 당장 쓸모가 없겠지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청약가점제 도입으로 집이 한 채 있으면 가점제 물량에는 청약할 수 없지만 추첨제 물량은 청약이 가능하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분양가가 싸지고 유망 지역 물량도 많아지므로 앞으로 1순위가 되면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것이 좋다.

#비과세 요건 갖춘 뒤 용인 아파트는 팔아라.

박씨 부부가 용인 아파트를 산 지난해 10월은 부동산 열풍이 불던 때다. 박씨 부부도 분위기에 휩쓸려 아파트를 구입한 경우다. 다행히 구입 때보다 가격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성공한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아파트 담보 대출액도 너무 많다. 대출액이 아파트 값의 절반이 넘는다. 박씨 부부는 맞벌이라 나이에 비해 수입이 많은 편이지만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그래서 결국 용인 아파트를 전세 주고 직장 근처 아파트에 전세 사는 불편함을 겪고 있다.

용인 지역은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3년만 보유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비과세 여건을 갖추는 2009년 10월 이후 파는 것이 좋다. 박씨 부부는 서울 강서구 124㎡ 규모의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어 한다. 이 아파트 단지는 대형 평형으로 이뤄져 있고 한강 조망이 가능해 강서구에서 인기가 높은 곳이다. 마곡지구 개발, 지하철 9호선 개통 등 투자 가치도 높다. 하지만 현재 박씨 부부의 자산 상태로는 6억~7억원 선인 이 아파트를 사는 것은 무리다. 더구나 내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이기에 소득 감소, 지출 증가도 예상해야 한다. 아이를 가져도 3식구이므로 105㎡ 규모면 충분하다. 강서구 105㎡ 아파트는 4억~5억원가량으로 2년 이상 꾸준히 대출금을 상환하면 구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박씨 부부는 2016년 경기도 분당으로 이사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때쯤이면 분당 아파트가 많이 낡아 생활에 불편할 것이다. 따라서 판교신도시로 목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정리=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