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민간 포청천 떴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 ‘시민 포청천(包靑天)’이 떴다. 각계 시민 대표들이 암행어사처럼 정부 기관을 감사하고, 잘못이 발견되면 행정 처분과 인사 처리 등을 권고할 수 있는 제도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 청화(成華)구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정무감독원(政務監督員)’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사회 각층을 대표하는 서민 감독원 27명을 위촉한 뒤 이들에게 사령장을 수여했다.
정무감독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우선 특정 정부기관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 기관에 대해 ‘감독조사통지문(督査通知書)’을 발송한 뒤 현장 조사를 벌일 수 있다. 조사 결과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거나, 부패·뇌물 등 공무원의 부정이 드러날 경우 시정 조치, 공무원에 대한 경고, 파직 등을 관계 당국에 건의할 수 있다.
일반 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식당에 늘 빈지갑으로 나타나 뱃속과 주머니를 꽉 채우고 유유히 사우나로 사라지는 관리들을 이제 안볼 수 있게 됐다’, ‘제대로된 실사구시 정책’, ‘행정 효율을 높이고 국가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바람직한 조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관리들은 떨떠름한 표정이다. 그러나 노골적인 불만은 자제하는 표정이다. 다만, “문외한인 감독원들이 지나치게 행정에 간여할 경우 행정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완곡한 우려를 현지 언론을 통해 표시했을 뿐이다.
쓰촨성 정부와 중앙 정부도 지방 도시의 작은 구(區)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정개혁 실험에 관심을 표명했다. 성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청화구 정부의 시도는 참신하다"며 "효율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면 이런 조치를 청두시와 쓰촨성 전체, 나아가 국가 전체로까지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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