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생활개혁 홈PC로 이뤘죠-김민선씨 가족 컴퓨터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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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방에서 일하던 김민선(金旼宣.33)씨는 싱크대 위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에 전자우편이 왔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고무장갑을잠깐 벗어 놓은뒤 키보드를 두드린다.
『회장님,어제 저녁 남편과 심하게 다투었습니다.부끄러운 일인지 알면서도 하소연하고 싶어 이렇게 메시지를 보냅니다.』PC통신 천리안의 주부동호회장(천리안ID:ZSJUBU)을 맡고 있는金씨에게 회원이 보낸 메시지였다.
내용을 확인한 金회장은 자판을 두드려 메시지를 보낸 회원에게전자우편을 통한 답신을 보냈다.金회장의 하루 일과는 이처럼 PC통신을 통해 정보를 얻고 회원과 얘기하는 일로 꽉 차 있다.
그래서 서울 잠실 장미아파트의 金회장 집은 곳곳에 컴퓨터생활의 흔적이 흠뻑 배어 있다.
이러한 흔적중에 대표적인 것이 주방에 놓인 PC다.金회장은 가사를 보면서 언제든지 컴퓨터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가 싱크대 옆에 PC를 놓았다고 설명했다.그래서 그런지金회장의 PC는 본체의 하얀 외피가 그을리고 키 보드는 손때로가득하다.안 닦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시간 날때마다 두드려서 그렇다. PC기종도 386급이다.펜티엄PC니,멀티미디어PC니 하는 제품을 사서 사용하고 싶지만 아직은 괜찮은 소프트웨어가 없고 지금 하는 일은 386급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金회장의 얘기다. 기자가 金회장 집을 찾아 갔을 때 아파트 현관문 벨을누르는 자리 옆에는 이제 막 프린터로 출력한 듯한 문패가 붙어있었던 것도 金회장의 컴퓨터생활 단면을 보여주는 것.우리집이 여기니까 제대로 찾으라고 알려주기 위해 방금 컴퓨터로 작성해 만든 것이다.
『마누라가 컴퓨터를 너무 잘한다』며 일부러 PC를 멀리했던 남편이 회사에서 어쩔수 없이 쓰게 되면서 이제는 부부싸움을 한뒤나 직접 말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 PC에 하고싶은 얘기를 담아 놓아 사랑을 다시 확인한다는 것 이다.
남편 이기욱(李基旭.33.회사원)씨의 외아들이자 金회장의 귀여운 왕자님인 준호(準鎬.5)와의 사이도 컴퓨터로 연결됐다.종일 컴퓨터에 매달리는 엄마를 보고 짜증을 내던 준호도 이제는 유치원에 다녀오면 주방 PC에서 엄마와 함께 컴퓨 터 그림동화를 보고 컴퓨터 학습게임을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세살때부터金회장이 일부러 준호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고 재미를 붙여주었다는것이다.金회장은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도 직접 항공사나 여행사를 찾아가지 않 는다.PC통신을 통해 가정에서 손쉽게 예약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생일을 맞은 지방 친구들에게 생색(?)을 내는 일도 집안에서 처리한다.그렇다고 단순한 축하전화가 아니라 PC통신을 이용해 전국 각지에 장미꽃을 보내는 것이다.
또 가계부 작성.홈쇼핑.홈뱅킹.도서구매등은 金회장에겐 기본적인 생활이다.심지어 뉴스를 좀더 빨리 보기 위해 中央日報의 정보서비스「조인스」를 거의 시간마다 검색해본다는 것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누구나 쓸 수 있는「홈PC」를 만들어 주부들의 생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金회장은 말했다.3년전 만들어진 천리안 주부동호회가 이제 회원 1백50명을 넘었다고 자랑이다.
대학에서 「모기만 잡다가(생물학과)」졸업한 뒤 부친이 경영하는 제재소에서 비서겸 기획업무를 맡던중 친구의 충고로 PC를 도입하게 된 것이 컴퓨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혼자서 컴퓨터 서적을 하나하나 공부해 1년만에 판매관리프로그램을 개발했다.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계속 기능을 추가해 아버지 회사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공급하는등 상당한 순익(?)을 올렸다.현재 가계부와 학습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궁리중이라고 金회장은 말했다.
〈李元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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