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개인전 갖는 재미화가 鄭蓮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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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옐로스톤 지역을 여행하면서 몇년전 일어난 산불로 수십리가 넘는 숲과 벌판이 검게 탄 것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불타버린 나무들이 생명에 목말라하며 절규하는 모습이 마치 물밖이라는 부자연스러운 상태에서 괴로워하는 물고기 처럼 보이더군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벌여온 서양화가 정연희(鄭蓮姬.49)씨가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갤러리현대((734)8215)에서 개인전을 연다.지난 91년 개인전이후 3년만에 갖는 이번 귀국전에서 정씨는 물고기를 주제로 절규하는 생명을 표현한『우리에게 자비를』연작과 지금까지 시도해오던 계단과 기둥 풍경의 연장작업인『이곳에서 저곳으로』연작등 24점을 선보인다.
정씨는 이번 작품에서 불타버린 나무들의 상징인 물고기 주제를새롭게 보여주는 한편,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망을 빛과 계단이라는 일관된 모티브로 표현하고 있다.90년 인도의 갠지스강 여행을 통해 더욱 강렬해진 물의 표현도 작품 속에 표출되고 있다.
『인도의 갠지스여행은 제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가난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면서도 평화가 깃들여 있는 인도사람들을 보면서 약하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정씨의 작품은 지난번 작품들처럼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과 경외를 담고 있다.다만 거대한 우주속에 파묻혀 보이지않던 생명체를 처음으로 물고기란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미서부의 미술평론가 세 실 맥킨씨는『정씨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수직의 축과 대칭성이 있는 구조』라며『화면 중심에서 발산되어 나오는 빛은 사방을 비춰주며나무와 돌,물결위에 타오르는 듯한 힘을 주고있다』고 평하고 있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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