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 빨리와라 주민들 체념-아이티 현장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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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이티인들은 세드라 장군도 미군의 무력개입에도 관심이 없다.
구멍이 송송뚫린 러닝셔츠로 겨우 몸을 가린 듯한 마리 루이즈(여.38)는『차라리 (미군이)빨리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어쨌든 굶는 것은 면할 수 있지 않겠느냐가 그녀 의 생각이다.총을 든 군인들이 길거리 곳곳에 보이고 있지만 팽팽한 긴장감은 엿보이지 않는다.대통령궁에서 50여m 떨어진 군사령부는 미군 침공시 제1의 공격목표임에도 주변에 50㎝ 높이의 모래부대방호벽이 쳐 있을 뿐 대공포도 초병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모든 것을 포기한듯 무기력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러나 아이티인들은 약속이나 한듯 정부에 대한 비판을 꺼린다.사뮈엘 보나구엠(20)은 『말 잘못하다가는 이렇게 된다』며 목을 치는 흉내를 지어보였다.비밀경찰 조직이었던 「통통 마쿠트 」는 86년 공식적으로 해체됐지만 여전히 아이티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해안에 미국 군함들이 모습을 나타내고 공중에선항공기 소리가요란한 가운데 아이티인들은 군사정권 퇴진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교차한채 예고된 미국의 침공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들이다.
대부분이 군부에 의해 축출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前대통령지지자들로 경제제재 때문에 많은 고통을 겪어온 수도 포르토프랭스 슬럼가 주민들은 만약 미국이 아이티를 침공하지 않을 경우 現정권에 의한 대대적인 보복이 자행될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아이티군 소식통은 아이티 정규군과 민병대가 한달반전부터 포르토프랭스를 비롯,전국 일원에서 실탄 없이 침공에 대비한 훈련을 받아왔으나 15일 오후부터는 포르토프랭스와 도미니카 국경중간지점의 한 사격장에서 실탄 훈련을 실시했다고 말 해 전쟁분위기를 전했다.
미국방부는 아이티 침공에 참여하는 병사들에게 월 1백50달러의 위급전쟁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아이티에서 활동중인 미국기자들이 말했다.아이티에서 전투가 벌어질 경우 위급전쟁수당.위험근무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서면작업이 완료됐다는 것 이다.
또한 미국무부가 아이티에 거주하는 3천5백명의 미국인들에게 『대사관의 지시가 있을때까지 외출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라 미국기자들도 숙소에 머물러 있겠다고 말했다.
아이티침공이 임박함에 따라 포르토프랭스에는 수백명의 취재기자들이 몰려들어 미군을 가장 먼저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미국인인 외국기자들은 수주전 아이티항로가 모두 끊기는 바람에이웃 도미니카공화국에서거칠기 짝이 없는 비포장 육로를거쳐 포르토프랭스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특히 기자.외교관들에게 인기가 높은 일사이드 몬타냐 호텔에는TV카메라장비와 위성안테나들이 빼곡한 상태며 호텔측은 기자들을위해 공항을 포함,포르토프랭스가 거의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방을 제공하고 있다.
이 호텔은 아이티 침공병력이 맨 먼저 장악하게 될 전략요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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