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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다슬이 심은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다슬이」,아니 「마리」심은하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M』을 통해 광기어린 악마로의 변신에 성공,다슬이보다는「연기자심은하」의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기 때문이다.
그녀의 성공이 연기력 때문임을 인정한 MBC측은『서울의 달』후속으로 방영될『여울목』에 그녀를 주연급인 공주병 환자「나승리」역으로 전격 기용했다.
『마지막 승부』『M』등 미니시리즈에만 출연해왔던 그녀로서는 전체 시청률1위를 고수해왔던 MBC의「아성(牙城)」시간대인 주말연속극에 진입,진정한 스타에의 시험대에 서게된 셈이다.
심은하는 그러나「지난 2개월이 마치 길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온것 만큼이나 힘들고 암울했던 시간이었다』고 토로한다.
『M』의 3회 촬영때 터진「과거동거說」파문은 21세의 그녀에게는 일과 삶 모두에 돌아가지 못할 암초로 다가왔다.
절망감에 휩싸인 그녀에게 MBC측은 넌지시『좀 힘들 것같다』는 언질을 던져왔다.여론의 반향이 드라마 시청률에까지 악영향을미치게 될까봐 방송사로서는 그녀의「방영전 하차」를 심각히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절망에 가까운 자포자기 심정이었습니다.연기자 입장도 입장이지만 스물한살의 어린 나이로 감당해내기엔 힘이 너무 들었어요.
스스로 그만 두는게 좋겠다는 판단도 했지만 내가 모든 걸 짊어지지 않으면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오기가 생 겼습니다.』그녀는 바로『M』의 연출진에게『이번에 기회를 주면 이를 악물고한번 해보겠다』고 부탁을 거듭했다.
『이미 한 배를 탄 이상 은혜를 잊지 않고 죽기살기의 각오로해보겠다』고 버틴 것.기로에 섰던 그녀에겐 결국『M』을 통한「마지막 승부」의 기회가 주어졌다.
늪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처럼『M』에 임하는 그녀의 눈빛이 달라진 것은 물론이었다.
청순한 이미지로만 버티면 됐던「다슬이」와 달리 광기어린 표정,살인마적 분위기등 난해한 장면을 소화해야 했던 그녀에게 행운이 다가왔다.
무표정한 살인장면,친구와의 격렬한 말다툼,상대방 남자와의 냉랭한 키스신,『M』이 발현할 때의 섬뜩한 분위기,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장면등에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자연스레 감정이입 된 것이다. 그녀는『사람에게서의 배신감,삶에의 절망감등 당시 심정이연기에도 스며들어 갔던 것 같고 마침 마리의 캐릭터와도 맞았던것 같다』고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급상승세를 보이던『M』의 시청률은 마지막회에 월드컵 한국-독일전(53.2%)에 육박하는 52.2%를 기록,『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43.1%를 훨씬 뛰어넘어 버렸다.
그리고『M』의 종료파티에서 심은하는『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모두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감사의 눈물을 떨구었다.
『고교때 불량소녀였다.학력을 속였다.과거에 동거를 했다』등 그녀를 따라다닌 각종 스캔들의 진위를 떠나 그녀는 어쨌든 자신의 연기로 스캔들의 후유증을 회복해낸 드문 사례가 됐다.
연예인과 스캔들,영원히 계속돼나갈 이 함수관계에 바람직한「해법」을 제시해 준 것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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