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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 법무팀장 "검찰에 로비"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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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삼성의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는 4일 KBS 뉴스를 통해 "(삼성이) 검찰은 물론 경찰, 국세청, 재야 법조계까지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3일에는 MBC '뉴스 후'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경우엔 500만~2000만원 정도가 정기적이었고 국세청은 그보다는 단위가 훨씬 컸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금품 제공과 관련, "꼭 돈을 준 건 아니고 상품권과 골프채 등을 설과 추석, 여름휴가 때 정기적으로 줬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100만~150만원 상당의 호텔신라 숙박권을 대량으로 구입해 나도 몇 십 장 받았다"며 "나도 공직에 있는 분들한테 (상품권을) 써야 하니까"라고 밝혔다. 그는 5일로 예정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기자회견장에 나와 추가 폭로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변호사가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사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호텔 할인권을 발행해 주면 부담이 없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문건은 이 회장이 주로 2003년 하반기에 발언한 내용을 발췌한 것으로, A4 용지 18장 분량이다. 문건에서 이 회장은 또 "와인을 잘 아는 사람에게는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 볼 것"이라는 발언도 들어 있다.

여기엔 이 회장이 '반도체는 20년이 안 돼 일본을 뒤엎었는데 조선은 왜 못 뒤집나(12월 13일)' '다른 관계사들도 (삼성)전자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12월 26일)' 등 임원들의 분발을 독려하는 등 경영 전반에 관한 발언이 대부분이다.

삼성은 휴일인 4일에도 전략기획실 법무팀.홍보팀 등 관계자들이 출근,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 뭐라고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와인과 호텔 할인권에 대해서는 주었을 경우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보라는 것이지, 이 회장이 로비를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5일 김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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