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연극"영원한 제국"權臣 심지환役 정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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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안(?)생기고 연기 잘하는 연극배우를 꼽으라면 누구나 떠올리는이름이 있다.주름살 투성이 얼굴에 납작한 코,보일듯 말듯한 눈… 흡사 종이장을 구겼다 다시 편듯 볼품없는 외모지만 선한 웃음을 입에 달고 다니며 맘씨좋은 이웃집 아저씨 를 연상케하는 배우.바로 鄭 珍(53)이다.
『1백편이 넘는 연극에 출연했지만 변변히 꼽을 주인공役 한번못해봤어요.다 개성있는 얼굴 탓이죠.』 68년 데뷔이래 줄곧 주인공을 돋보이게하는 타고난 조역연기로 「연극판의 감초」「무대위의 양념」이라 불리는 그는 자신을 따라 다니는 성격배우란 평을 특출난 외모탓으로 풀이한다.
84년 MBC-TV드라마『설중매』에서 칠삭둥이 한명회역으로 일약 스타가 되면서 20년 무명배우 설움을 훌훌 벗어던졌지만 그때문에 지금도 「정진=한명회」로 불리는게 불만이다.연기자로서고정 이미지가 굳어지면 변신의 폭이 줄기 때문이 다.
14일부터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될 연극 『영원한 제국』에서 정조의 개혁에 맞서 싸우는 權臣 심환지役에 캐스팅됐을때 한순간 망설였던 이유도 그래서였다.
『같은 史劇인데다 자기 철학이 분명한 심환지역은 여러모로 한명회와 닮았습니다.그러나 한명회가 개혁의 주체세력이었다면 심환지는 개혁의 반대자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요.』 ***배역 몰입해야 직성풀려 한명회의 이미지를 벗고 심환지로의 완벽한 변신을 보여주겠다는 그는 요즘 가래를 굴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가 자나깨나 가래를 손에서 놓지않게 된 것은 이 작품에 캐스팅된 넉달전부터.극중 배역인 權臣 심환지가 가래를 굴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맡은 배역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몰입해야 직성이 풀리는그는 출연배우중 가장 지저분한 대본을 가진 배우로도 유명하다.
연출자의 사소한 얘기부터 대사의 쉼표하나까지 일일이 기록하다보니 금세 대본이 낙서장 비슷하게 돼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안중근의사나 김옥균등 왜곡되거나 감춰진 근세사의 중요인물을 劇化함으로써 연극을 통한 근세사의 재조명 작업이 꿈인 그는 그래서 이번 출연작 『영원한 제국』에 더욱 애착이 간다.
글:李正宰기자 사진:吳宗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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