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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어떤 선택하나…昌·李 동시 '러브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 사실화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 측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박 전 대표 측이 이를 지지할 경우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의 구도가 새로 짜여질 수도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이 지역, 성향 등에서 거의 겹치고 있고,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세력으로부터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와 연대할 경우 보수세력이 양분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 측은 모두 박 전 대표 측에 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환노위 국감장에서 기자들이 '이회창 출마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오늘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대답했다.

그는 지난달 26일에는 같은 질문에 대해 "(이 전 총재가 대선에) 나오신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 측 의원들의 입장은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절대 안 된다는 강경론과 이 전 총재의 출마에 호의적인 두 가지 부류로 나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지난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전 총재가 출마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예를 갖춘 대화를 통해 협상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내가 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회창-박근혜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시점에서 전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른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이 후보의 국민적 평가에 달렸다"면서 "이 후보가 도저히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박 전 대표의 최대 지지모임인 '박사모'도 지난달 29-30일 진행한 이 전 총재 지지여부 여론조사에서 78%가 출마 지지를 찬성했다.

한편 이명박 후보는 3일 남산 국립극장 광장에서 열린 서울 선대위 출정식 인사말에서 "털어 버릴 건 다 털어버리고, 잊어버릴 건 다 잊고 사랑하고 열린 마음으로 앞으로 나가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박 전 대표 측과의 화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삐쭉삐쭉거리는 것을 너무 오래하면 안 된다. 활짝 웃는 마음으로 모두가 한 편이라는 마음으로 걸어가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일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독도함 함상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대해 "오만의 극치"라고 맹비난한데 대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해 박 전 대표 달래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는 "당의 원로로서는 박 전 대표나 누구나 상임고문 어떤 분도 당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면서 "나도 어떤 면에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 측도 박 전 대표 측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서청원 전 대표, 정인봉 전 의원 등은 최근 이 전 총재와 각각 만나 식사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전 대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도 지난달 31일 이 전 총재와 만나기로 했다가 이를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모임인 '창사랑'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백승홍 전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박 전 대표의 이 전 총재 지지여부는 국민의 뜻을 수렴하셔서 결정하실 사항"이라면서도 "박 전 대표도 우파정권 수립을 위해 고민하고 계시는 것은 이 전 총재와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현명한 판단이 계실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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