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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할말은하자>말뿐인 노인복지 3백만이 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랫동안 곪아 있던 것이 드디어 터지고야 말았다.70代 아들이 90代 노모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 살해한 존속살인의 현장검증에서 비극의 주인공인 70대 할아버지는『나도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하며 통곡했다고 한다.
그의 절규는 우리사회 노인들이 겪는 고통과 좌절의 한 단면이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고돼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민가기 위해 노부모를 제주도에 遺棄하는 일,자식들 집으로 거처를 옮겨다니다가 부모 모시는 일 때문에 형제간에 불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다 못해 노부모가 자살하는 일,獨居노인이 사망 한지 며칠뒤에 썩은 시체로 발견되는 일은 근래 자주 있어왔다.
수많은 노인들이 공원에서,다리밑에서,혹은 다 쓰러져가는 노인정에서 지루하게 하루를 지내다가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기위해 마치 피곤한 학 모양으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은 국제화.정보화를 외치는 우리사회가 한쪽에서 무언가 크게 잘못돼가고있음을 실증해 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70대 이상 노인들은 대부분 자식에 대한 투자를 노후준비로 생각했고 자식이 잘되면 그에게 노후를 의지하는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잦은 직장이동과 현대화에 따른 자식들의개인주의적사고방식 때문에 노인들은 안주할 곳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특히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長壽시대」에 전통사상과 현대풍조의 틈바구니에서 젊은 자식으로부터는 효도를 받지 못하면서 늙은 부모를 모셔야 하는 50~70대 샌드위치 세대의 고민은 심각하다.이번의 비극적 사건은 그 가난한 샌드위치 인생이 감당할 수 없었던 처절한 고통의 단편인 것이다.
노인문제는 보통 四苦로 표현되는데 빈곤.질병.역할상실.고독이그것이다.
사람이 이 네가지중 하나에만 해당되어도 삶이 힘들어지는데,많은 노인의 경우 이것들 모두를 고루 다 가지고 있든가 혹은 적어도 한가지는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이 노인문제를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즉,노인이 되면 으레 그러려니하고 치부하는 고정관념이 더 큰 문제다.노인에 대한 이러한 편견은 일종의 연령차별로 결국 노인 자신마저 해결이나 개선을 포기하도록 만들어버리고 만다.이러한 현상은 결국 노인학대로발전하게 될 것이다.
死後藥方文격이지만 이번과 같은 비참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3백만 노인에 대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몇가지 근본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중 하나는 우리 모두 未久에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첫째,노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노인연구에 대한 정부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대통령 공약사항인 대통령 직속 사회복지(노인.장애인)대책위원회 설치를 앞당기고 이미 학계에서 그 案을 제시한바 있는 국 립노인연구원의 설치를 위한 입법조치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둘째,저소득 노인에 대한 무마용 善心을 지양하고 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헌법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현재 70세 이상생활보호대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월 1만5천원씩의 노령수당 지급대상자와 지급액을 확대해야 한다.근로능력이 있 는 노인을 위해서는 취업및 재취업의 여건 조성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령자 고용촉진법에 명시한 기업의 노인채용 3% 고정을 권장이 아니라 강제규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셋째,노인복지시설의 다양한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지역여건.개인의 경제력및 건강정도에 따라 노인이 안락하고 보람있게 살 수있는 시설과 프로그램 개발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한편 지역주민의 상부상조정신을 고취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 하는 공공.
민간영역의 사회복지사 증원이 필요하다.
돌아가신 이의 명복을 빌며 그분의 죽음이 복지사회를 앞당기는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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