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근혜 찾아가나" "비밀인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2일 진해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안기석 사령관.의 안내로 독도함을 둘러보고 있다. [진해=오종택 기자]

'이회창 출마설'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치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측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를 어떻게든 받아내는 게 급선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세력화되려면 박 전 대표와 당내 박 전 대표 세력의 동조 여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현재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에 대해 딱 부러진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의 협조를 직접 구해야 할 때"라는 건의가 나왔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을 직접 방문해 지원을 적극 요청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이 후보의 책상에 쌓였다고 한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자택 방문은 이 후보 자신의 결단만 남겨뒀단 얘기가 나돈다. 이 후보는 1일 박 전 대표를 찾아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밀인데…"라고 답했다.

이런 와중에 2일 경남지역을 찾은 이 후보는 '하나 된 한나라당'을 역설했다. 진주의 당원 교육행사에서다.

이 후보는 "우리는 정권교체의 목전에 와 있다"며 "얼토당토않게 사방에서 음해.공작하는 세력을 이기려면 한나라당은 반드시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왜 빨리 하나가 되지 못하는지 걱정하는 분도 계신다"며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각자의 다른 생각이 굳어져 하나가 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마를 고민 중인 이 전 총재와,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박 전 대표를 향한 메시지로 해석됐다.

◆"박근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했다"=진주로 가기 전 이 후보는 진해의 해군 작전사령부를 방문했다. 국산 상륙수송함 독도함에 오른 그에게 '이회창과 박근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얘기가 돈다.

"이 전 총재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상대로 믿는다. 현재로선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지 않다."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는 얘기냐.

"잘 결정하실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전 총재에게 대선자금 잔금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한 이방호 사무총장에 대한 생각은.

"물론 각자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당분간 우리 당직자들은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박 전 대표가 '당내에 이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말에 '오만의 극치'라고 했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원로로서 당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순간적인 발언일지 모르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달리 해석할 필요가 없다."

-이 최고위원 퇴진 요구도 있다.

"여기 많은 해군 장병들이 있다. 여의도 정치 이야기만 하면, 이 분들이 실망할지 모른다."

그가 경남지역 방문의 첫 행선지로 해군 작전사령부를 택한 것을 놓고 측근들은 "이 전 총재의 출마설 이후 흔들리는 보수층 표심을 잡아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오 "내가 오만한 사람이 됐다"=이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은 2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에서 정성진 법무부 장관에게 "제가 오만한 사람이 됐다. 좀 많이 오만한 사람이 됐는데, 장관께서는 답변을 오만하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

'변양균-신정아'사건과 관련해 "청와대가 권력의 핵심이 아니냐"고 이 의원이 추궁했지만 정 장관이 "권력이라기보단 헌법에 따라 직무를 행사하는 곳"이라고 응수하자 이처럼 말한 것이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을 겨냥해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 의원 측은 "정 장관의 답변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박 전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승욱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