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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야기>체감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삼국지에서 曹操가 장수라는 성주와 싸울 때의 일이다.군사의 숫자로 적수가 될 수 없음을 간파한 장수는 일단 항복해 조조가방심하게 한 뒤 허를 찔렀다.
불의의 습격에 조조는 그 자신이 부상했을 뿐 아니라 장남을 잃는 참패를 당했다.그러나 조조의 위대함은 패전한 이유를 분석하고는 『다시 패하는 일이 없을것』이라고 다짐한데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5년반만에 다시 1천포인트 선을 넘나들고있다고 하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증권회사 객장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금년에 돈 번 사람 있으면 한번 데리고 와보라』고 서슴지않고 말했다.체감물가 가 있듯이 체감주가가 있고 그 지수는 5백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가.
독자들의 양해 아래 몇 가지 숫자풀이를 해보자.우선 작년 8월31일 이후 종합지수상으로는 46%나 올랐으나 종목별 가격변화율을 단순평균해보면(일반투자자에게는 사실 이 계산이 더 적절하다)불과 21%였다.
더욱 흥미있는 사실은 상승률 상위 50개종목을 제외한 평균은9.7%로 뚝 떨어졌고 상위 2백개 종목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7%로서 오히려 손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이 아닌 일반인들이라고 해서 떨어진 주식만 샀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한양화학이나 삼성전자에서 재미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같은 계산을 금년 시초가격에 대비해보면 종합지수는 13% 올랐으나 상승률 평균은 마이너스 2.7%였고 상위 50종목을 제외하면 마이너스 10%,2백종목을 빼면 마이너스 19.8%까지 떨어졌다.간단히 말해 종합지수상으로는 올 2월 頂點 9백74에서 지금까지 그냥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보이나 신주.우선주를 제외한 6백78개 종목중 4백22 개의 가격이 하락했다.하루중의 상승종목수와 하락종목수를 비교,그 차이를 누적해 종목간의 참여도 또는 동반성을 재는 지수(ADL)도 작년 11월 이후 줄곧 하락해왔다.하락종목수가 늘 많았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체감지수 5백포인트는 과장이긴 하지만 납득이 간다.이렇게 샌드백이 된 일반투자자들은 1천포인트 돌파를 기뻐하지도 않을 것이고 더구나 「주가조절용 증안기금매물」이나 「주가억제책」은 반길 리가 없다.그렇다고 해서 지수계산 방식이 잘못됐다느니 기관들이 지수를 조작하고 있다느니 하는 푸념만 하고 있을 것인가.국내증시의 기관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실속 없는 주식들은 더 떨어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고 새 시대에 맞는 사고로 맞설 때인 것이다.정책당국을 길들이는 것도 증권사의나쁜 버릇을 고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투자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權成哲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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