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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알게될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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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극단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여배우 카미유(잔 발리바)는 피란델로의 연극 공연을 위해 3년 만에 파리에 온다. 같은 극단의 연출자이자 배우인 위고(세르지오 카스텔리토)가 그녀의 현재 애인이다. 암만 예술애호가들의 도시라지만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 공연의 객석에는 빈 자리가 더 많다. 공연에 대한 스트레스를 마음 한켠에 품은 채 낮시간 동안 카미유는 옛날 애인 피에르(자크 보나페)와 재회한다. 위고는 18세기 이탈리아 작가 골도니의 미발표 희곡을 찾는 일에 몰두하다 매력적인 여성 도미니크(엘렌 드 푸제올레)와 만난다. 피에르에게는 현재의 여자친구 소냐(마리안 바슬레)가,도미니크에게는 연정을 품은 이복오빠 아튀르(브뤼노 토데시니)가 있다. 무대에서 진행되는 공연 장면과 교차하면서 무대 밖에서는 이들 남자 셋,여자 셋의 물고 물리는 연애관계가 엮어진다.

프랑스 영화'알게 될 거야'가 보여주는 여섯 남녀의 연애는 봄바람에 나부끼는 꽃잎처럼 경쾌하다.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질투심에 불타오르는 순간조차 심각하기보다는 유쾌한 코미디로 그려진다. 한 남자를 두고 각각 과거와 현재에 사귄 두 여자 사이에는 미묘한 갈등 대신 모종의 공범의식이 생겨나고,실제로도 의기투합해 거사를 성공시킨다.

새로운 이성의 유혹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애인과 적대적인 상황에 이르지 않는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막을 내린 연극 무대가 고스란히 모든 등장인물이 한 자리에 모이는 현실의 무대가 되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관객은 결국 알게 된다. 여섯 남녀의 우연한 행동인 듯 보였던 것들이 실은 감독이 정교하게 짜놓은 연애 풍속화의 씨실과 날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통쾌한 한 방으로 모든 갈등을 일시에 풀어버리는 결말은 2시간30여분의 상영시간을 충만하게 만들고도 남는다.

이 경쾌한 연애담을 빚어낸 감독은 20대 청춘이 아니라 올해로 76세가 된 누벨바그의 거장 자크 리베트다. 탁구공처럼 통통 튀며 오가는 대사의 재미가 한몫하는 영화지만 아쉽게도 우리말로 번역된 자막에선 이런 맛이 충분히 살아나지는 않는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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