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엄기영 며느리 맞던 날 동행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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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 엄기영 앵커(57)가 지난 10월 3일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개천절, 아들 현석군(26)을 장가보냈다. 4년 전 딸을 시집보낸 데 이어 아들 혼사까지 끝냈으니 시원섭섭한 마음일 터. 엄기영 앵커의 가족 이야기를 처음으로 공개한다.

취재_김종학 기자 사진_이병준 기자


“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

매일 밤 9시를 알리는 엄기영 앵커의 목소리가 한낮 예식장에 울려 퍼지자 장내는 순간 웃음이 번졌다. 아들 현석군의 결혼식에서 엄기영 앵커는 혼주 대표로 하객들에게 답례 인사를 했다. 특유의 뉴스 리포트 톤으로 인사말을 꺼내자 순간 뉴스가 시작된 것 같아 하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오늘 개천절 공휴일,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아침부터 바쁘게 하진 않았는지 정말 송구한 마음입니다. 오늘 혼인 예식을 올리다 보니 이 땅에 태어나고 부모님 사랑으로 길러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그렇게 삶을 살아가는 건 각기 그 모습은 달라도 개천, 이 땅에 하늘이 열린 날부터 세세만년 이어갈거다, 그런 역사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자녀들에 대한 책임이지요.”

이내 자식 사랑을 가득 담은 멘트가 이어지자 식장은 다시금 축복의 온기로 가득했다. 10월 3일 오전 11시, 서울 공항터미널 예식장에서 진행된 엄기영 앵커의 아들 현석군의 결혼식. 식장 로비는 각계각층에서 보내 온 축하 화환으로 가득 찼고, 엄 앵커와 인사를 나누려는 하객들이 식장 입구부터 길게 줄을 서 성황을 이루었다. 엄기영 앵커와 부인 윤복희씨는 하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나누었다.

결혼식 주례는 신부의 대학 은사인 서울사이버대학 김수지 총장이 맡아 이목을 끌었다. 대부분의 하객들은 여성의 주례사를 처음 듣는다며 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축가를 맡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신랑·신부를 축복해 주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신랑·신부가 손을 맞잡고 동시 입장하자 하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신랑 엄현석군은 고려대학교 대학원생으로 졸업을 앞두고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고, 이화여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신부 박혜성양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엄기영 앵커는 이날 무척이나 바쁜 하루를 보냈다. 예식을 마치고 기념사진 촬영 후 서둘러 방송국으로 달려가야 했다. 마침 결혼식 당일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날이라 특집 뉴스를 진행하기 위해 분주했던 것.

결혼식 인사말과 사회자 멘트까지 일일이 챙긴 자상한 아버지

예식장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기자는 며칠 뒤 방송국에서 엄기영 앵커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도 딸애를 시집보낼 때보다는 훨씬 수월했어요. 그때는 개혼이라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두 번째는 좀 낫던데요. 차분히 준비해서 잘 치렀습니다.”

4년 전 큰딸을 시집보낸 엄 앵커는 막내아들마저도 이른 나이에 출가시켰다. ‘품 안에 자식’이라는데 섭섭한 마음이 없냐고 물었더니 “아들 녀석이 결혼한다고 너무 좋아하더라”며 은근히 아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같은 반 짝궁하고 결혼한 거예요. 정말 단 하나의 사랑이죠. 대학원에 가서 공부 좀 하려나 했더니 매일 밤 전화기 붙잡고 수다를 떨기에 그러려면 아예 장가나 가라고 했더니 반색을 하며 좋아하더라고요. 정말 결혼시켜 줄 거냐면서요. 둘이 그렇게 오래 만났으면서도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천생연분인가 싶어서 이왕 할 거 조금 서둘러 보냈어요. 며느리가 아주 싹싹하고 애교가 있어 저도 마음에 쏙 들어요.”

엄기영 앵커는 부인과 함께 아들의 결혼 준비를 곁에서 꼼꼼히 챙기며 지원해 주었다. 야근을 자주 하는 며느리를 위해 병원 근처에 집을 얻게 하고, 결혼식 주례와 사회, 축가까지 의견을 나누며 도움을 주었다. 엄기영 앵커는 상견례 자리에서 사돈을 만나 신랑·신부가 동시 입장할 것을 제안했다.

“신부 아버지가 신랑에게 딸을 건네는 것은 굉장히 봉건적인 문화예요. 보기에 안 좋아 사돈께 부탁을 드렸죠. 제 딸 시집보낼 때도 신랑 손 붙잡고 들어가라고 했거든요. 예물과 예단, 폐백도 다 하지 않았어요. 다행히 사돈댁에서 잘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아이들끼리 반지와 시계만 간단히 했어요.”

그는 결혼식 주례가 처음이라 부담된다며 고사하는 김수지 총장을 직접 찾아가 정중하게 주례를 청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들 친구인 사회자의 멘트까지도 일일이 확인하며 혹시나 손님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을까 신중을 기했다. 예식 당일에 한 혼주 대표 인사말에도 심혈을 기울였던 그다.

“불교에선 옷깃만 스쳐도 500생의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두 남녀가 그 500생에 500생을 더해서 천생연분이라고 한다지요? 그 천생연분으로 만난 저희 아들·딸들이 이제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존재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책임, 그리고 세대적인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오늘 결혼을 축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결실의 계절, 각 가정마다 풍성히 열매 맺는 일들 많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파리 특파원 시절부터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멋진 클로징 멘트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그. 올해 초 공식적으로 MBC를 떠나 ‘프리랜서’ 앵커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대한민국 명앵커의 감동적인 클로징 멘트를 들으며 하객들은 오히려 축복을 얻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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