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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변해야미래가산다>4.교육特區를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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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 큰 대학은 1년 예산이 대개 1억달러정도다.베를린 공과대의 연간 예산이 약 4억달러,스위스의 취리히 공대는 6억달러,美 하버드대는 12억달러이며 일본 東京大가 10억달러나 된다.우리나라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이들 선진국의 10분의1수준이다.우리나라 대학은 작은 재정으로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싸구려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대학의 모습을「소총을 든 군대가 기관총을 가진 군대와 싸우고 있는 격」이라고 말한다.
교육계에서는 개방화.국제화시대를 맞아 국내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이같이 싼 교육비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정부의 중앙집권적 규제와 경직된 학교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기본 학교제도는 45년 美군정이 우리 교육자들에게처음 소개해준 單線型 학제다.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국내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누구나 국민학교 6년,중학교 3년,고등학교 3년,대학교 4년을 다닐 수밖에 없다.
단선형 학제는 교육기관을 관리하는데는 효율적이었다.하지만 현행 학제는 개인과 적성의 차이를 무시하고 국민학교.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를 大入 준비기관으로 전락시키는등 국가인력을 제대로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방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이러한 단선형학제는 전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무엇보다 산업구조 변동에 교육체계가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훈련된 노동인력의 배출이 불가능한 형 편이다.
우리의 산업구조는 현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약 4만~5만여개의 직종으로 구성되어 있다.따라서 수많은 직종에 효율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지식.태도와 기능등을 가르쳐줄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가 절실한 실정이다.『개인의 천부적 능력과 경제적 여건에 적합하고 산업사회에 걸맞은 多線型 학제를 채택해야 한다.』(韓駿相 연세대 교수) 다선형 학제는 미국등 서구 선진사회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로 유치원 2년,국민학교.중학교를 묶은 8년,고등학교 2년,대학 4년이 가장 보편적인 형태다.특히 대학의 유형을 매우 다양하고 특성있게 운영한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는 최근 다선형 학제와 비슷하게 학제를 다원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그동안 숱하게 논란을 벌여온 이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본 발상이 전환돼야 한다.
「교육특구를 만들자-.」교육계.산업계.정계 일각에서는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어느 지역을 교육 중심지로 개발해 「특구」로 지정,시설과 교수진 확보등 기초적인 기준만 확보하면 설립과 등록금.교육내용등 대학운영을 완전히 자유화한다 는 발상이다. 앞으로 교육시장 개방을 통해 외국의 우수한 대학과 최신 교육프로그램이 들어오면 대학교육의 질 관리를 위한 무한 경쟁이벌어지게 된다.차제에「특구」를 만들어 외국 대학을 유치하고 경쟁을 통해 국내 대학의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것이 이 발상의 출발점이다.
「특구」에서는 등록금 책정을 대학에 맡겨 더이상 廉價의 교육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장학금도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또 「특구」가 설치되면대학들이 자유경쟁 체제에 들어가 대학 교직원 1 인당 인건비가2천9백만원인 포항공대보다 질이 떨어지는 교육을 실시하면서 인건비는 훨씬 비싼(평균 3천6백만원)서울 일부 사립대의 왜곡된경영도 합리화시킬 수 있는 이점도 생긴다.
***기술大 설립 허용도 반드시「특구」는 아니더라도 산업사회의 복잡다양한 기술적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기술교육의 역량을 갖춘 산업체.업종별 단체.학교법인이 필요에 따라기술대학을 설립하는 것을 허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張錫敏 한국교육 개발원 연구위원).
그러나 「대학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하지만 특구를 만들어 모든 것을 풀어주고 나머지 대학은 종전처럼 규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하는 교육의 기본원리에는 어긋난다」(金信福 서울 대 교수)는반론도 있다.
지금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경직된 학제운용을 강요하고있는 교육법의 관련조항들을 개정하거나 폐지해 「교육특구」를 허용하는 것이 얽히고 설킨 한국 교육,대학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都成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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