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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만에 주가지수 千시대 초읽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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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합주가지수 1천포인트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지난 89년4월1일 1천7.77을 최고치로 내리막길을 걸은지 5년5개월여만의 일이다.
최근의 활황세는 무엇보다 경기호전에 힘입은 바 크다.국내경기는 92년4.4분기(경제성장률 3.2%)를 바닥으로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올 상반기 엔高와 세계경기 회복을 계기로 성장률이 8%를 웃도는 확연한 성장기로 접어들었다 .종합주가지수는 「景氣에 선행한다」는 속성을 그대로 반영,경기바닥보다 수개월 빠른 92년8월21일 4백59.07을 低點으로 그 이후 점진적인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이번 활황세는 지난80년대 후반 3低호황에 힘입은 주가상승 때와는 質的으로 중요한 차이가 있다.89년은 85~88년까지 연평균 12%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한 후의 景氣절정 무렵이었다면지금은 국내경기가 오랜 침체기를 지나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있기 때문이다.벌써 경기과열을 논하는 일부 시각도 있으나 아직은 때이른 논의라는게 중론이다.
따라서 향후 수년간 경기 확장국면이 예상되고 있으며 주가의 상승세도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즉 지난89년처럼 1천포인트 선에서「4일천하」로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金利안정도 1천포인트 시대가 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90년이후 경기과열에 따른 후유증으로 20% 가까이 급등했던 회사채유통금리(3년만기.은행보증)는 92년 이후 경기침체로 자금수요가 크게 줄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92년 19 %대에서 시작한금리는 92년말 14%대까지 떨어졌다.채권시장에서는 이를 두고「혁명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그 해에 주가가 바닥권을 이탈한 것도 우연이 아닌 셈이다.그이후 금리는 13% 안팎에서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며 주가상 승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최근금리가 다소 꿈틀거리고 있으나 경제성장률과 물가수준등을 감안할때 여전히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5년여동안 한차례의 큰 사이클을 그리며 다시한번 1천선을 회복하는 동안 주식시장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89년4월1일과 현재의 업종지수를 비교해보면 은행.증권등은 반토막이 나있는 상태며 이밖에 건설.도매를 포함,80년대를 풍 미했던 이른바 트로이카株가 몰락했다.반면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전기기계.철강등은 두배 가까이 상승하는 대조를 보였다.
또 80년대말의 업종별 동반등락 현상이 사라지고 같은 업종내에서도 등락이 엇갈렸다.이에따라 종목별로도 명암이 뚜렷하게 나타났다.삼성화재.대한화섬등 45개종목이 두배이상 상승한 반면,반토막 이상난 종목도 태화.삼미등 70개종목에 달 했다.
이처럼「주가차별화」가 빠르게 진행된 것은 92년의 증시개방을기점으로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한 투자패턴이 확고히 자리잡았기때문이다.개방당시는 경기침체의 와중이었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따라서 기업의 성장성보 다는 당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는가를 최우선적으로 따졌다.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낮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면서 이른바「低PER株 혁명」을 몰고온 것이다.이에따라 종합주가지수는 5백선 안팎에 머물고 있는데도 10만원을 넘는 귀족株가 탄생하기도 했다.
93년8월의 금융실명제는 또다른 전환점이었다.검은돈을 쥐고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이른바「큰손」의 위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기관투자가들이 전면에 부상하는 機關化가 빠르게 진행됐다.기관들도외국인들처럼 철저히 내재가치를 중심으로 투자하면 서 주가차별화가 가속화됐다.특히 외국인들이 한도에 묶여 제한적으로 시장에 참여하는데 비해 국내기관들은 풍부한 자금으로 시장에 참여,위력을 발휘했다.
경기의 본격회복 여부가 불투명했던 올해초 기관들은 실적이 분명하게 회복되고 있는 일부 대형우량주로 매수를 압축,이른바「블루칩」돌풍이 몰아쳤다.최근들어 경기가 성장국면에 접어든 점을 확인한 기관들은 그동안 부진하다가 요새 빠르게 회 복세를 보이고있는 油化.製紙株등 성장주로 매기를 확산하고 있다.
현재 30%대에 머물고 있는 기관비중이 1~2년내 50%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기관화는 이제 大勢로 평가되고있다.따라서 기업의 내재가치는 지수 1천시대에도 계속 중시될 전망이다.다만 내재가치가 주가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기존의 우 량주를 쫓아서 매수할 것인지,아니면 지금까지는 볼품없지만 앞으로 잠재력이풍부한 성장주를 가려내 사놓고 기다릴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가 남았다. 〈高鉉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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