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실기업정책을진단한다>4.각종특혜도 밑빠진 독 물붓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聯合鐵鋼은 인수할 때 종자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인수후 9년내내 前社主 權哲鉉씨와 경영권분쟁에 휘말렸는데 회사가 제대로될 리 있어요? 국제에서 함께 넘어 온 국제종합기계도 그 동안2백억원을 증자했지만 이익이 잘 나지않는 형편 입니다.』東國제강그룹 회장실장인 權炳龍부사장의 말이다.
인수때 온갖 특혜를 다 받은 것으로 돼 있는데도 정작 당사자들은 이처럼『별로다.아직 멀었다』고 주장한다.
기업현장에서 살펴본 5共 정리기업들의 10년 성적표랄까,대차대조표는 대체로 내용이 좋지 않다.『경영도 시원치 않은 기업에넘겨줘 국민부담으로 준 특혜조차 無爲로 끝내 버린 경우가 적지않습니다.애당초 자기책임으로 인수한 것이 아닌데 다 인수기업과의 문화갈등.경영풍토차이,은행등 이해당사자들간의 견해차때문에 웬만큼 여건이 좋아도 인수당한 기업이 제자리잡기란 여간 힘들지않았거든요.』三逸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 K씨의 지적.그는 정리된회사들의 자산과 부채.업종변화 등을 기간비교하되 땅값 상승등 당장 수치화할 수 없는 요소까지 고려해야 10년 성적표가 제대로 나오겠지만 특혜에 비해 경영성적은 대개「기대이하」라고 평가한다. 5共이 78개 기업을 정리하면서 傳家의 寶刀처럼 휘둘렀던 3자 인수방식으로 새 주인을 맞게 된 기업만도 모두 57개.이들이 제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國際상사.京南기업.南光토건.大韓선주(韓進해운).正亞레저타운(한국콘도)등 굵직한 기업이많다. 그룹별로 인수한 회사는 한화그룹이 (주)明星등 7개로 선두.그 다음이 해체된 국제계열사를 주로 받았던 韓一그룹 5개,東國제강그룹 3개등.
(주)三湖등 해외건설업체 4개를 인수했던 대림그룹도 숫자는 많다.5共 때 大韓선주와 대한준설공사를,6共 때는 대한조선공사까지 먹성좋게 먹었던 韓進그룹과 5共부실기업지원의 틀과 단서를제공하다시피 하면서 京南기업과 경남금속을 인수했던 大宇그룹등도주목을 끈다.
이들 6개 그룹이 전체숫자의 4할을 차지할 정도.인수된 기업들의 개별경영성적과는 별도로 이들 10위안팎의 그룹은 5共시절정경유착 의혹속에서도기업인수를 통해 그룹의 덩치를 상당히 키워낸 것만은 사실이다.그런 점은 당시 부실기업사냥 에 나서지 않은 삼성.현대.럭키금성등 국내 상위그룹들의 行態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공기업 인수나 사회간접자본투자.신규업종 진출등의 효율적 진행방식이 논의되는 요즘도 그들「인수전문그룹」은 옛 생각이 또 날까.『우리경제가 비록 완전한 시장경제엔 못미친다 하더라도 정부강압에 의한 남의 회사 인수야말로 진짜 非경제행위며 또 할 짓도 못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韓一그룹계열 경남모직 金成圭사장의 말.그는 85년당시 해체된 국제 5社의 한일측 인수팀장이었다.그 때 인수한 국제상사등 5社의 경영부진으로 한일은 지금껏 애를 먹고 있다.
〈成泰沅기자〉 大宇로 간 京南기업은 인수후부터 지금까지의 경영성과를 묻는 질문에『밝힐 수 없다』로 일관,경영이 좋지않은지궁금증을 더해 주었다.
韓進그룹 고위간부출신인 한 재계인사는『趙重勳회장조차 꺼렸던 大韓선주를 인수.합병한 한진해운이 7년만인 작년에 비로소 흑자를 냈다.1천억원이 안되는 돈으로 인수한 대한준설공사는 인천의율도 땅 1백만평이 인수 때보다 10배나 족히 올라 재미를 보았다.韓進은 생각보다 기업인수에 능한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인수社들의 경영능력과 인수후 경영환경변화,인수조건의 好不好등이 경영성적을 좌우하고 있긴 하다.그러나 정부지원과 기업로비등으로 인수된 기업이 좋은 성적을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