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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도 대못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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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 김정기 차관보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을 지역균형을 고려하기 위해 5개 권역으로 나눠서 하고, 같은 권역 내에서도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말했다. 고등법원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로 나눈 것이다. 지역균형은 노무현 정권의 핵심 정책이다. 발표 일주일 전 노무현 대통령도 로스쿨과 관련, "균형발전은 참여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국가 발전 전략"이라고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정부의 나눠 주기식 선정 방식에 서울권(서울.경기.인천.강원) 소재 대학들은 '역차별'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로스쿨 유치 희망 43개 대학 중 서울권 소재 대학 출신의 최근 5년간 사법시험 합격자 비율이 9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발이다.

로스쿨 총정원을 2000명으로 고집하는 한 '균형 발전'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장재옥 중앙대 법대 학장은 "로스쿨을 둔다고 그 지역이 발전한다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창수 로스쿨 비대위 공동상임집행위원장은 "지방 로스쿨 졸업자가 로펌 입사나 변호사 개업을 위해 다시 서울권으로 U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로스쿨로 선정된 대학이 있는 지방 권역이 얻는 것은 학생의 3년간 학비와 하숙비에 그칠지 모른다. 이 위원장은 "아무런 조치 없이 '균형 발전'을 내세우는 것은 대선과 총선을 의식한 정치 논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용상 동국대 법대 교수는 "A권역에서는 65점 맞고도 인가받았는데 경쟁 심한 B권역에서는 70점 맞고도 선정 안 될 수 있다"며 "교육부가 로스쿨 운영 능력과 관계없이 대학 편가르기에 나선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로스쿨의 설립 목적은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문적 능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로스쿨 법 제2조)이다. 지역균형이 로스쿨 기본 취지를 살리는 것인지 의문이다. "로스쿨은 지역균형을 앞세운 현 정권의 마지막 포퓰리즘(대중영합) 정책"이라는 서울 소재 사립대 관계자의 탄식이 떠오른다.

배노필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