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불편해도 “골프로 한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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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박카스배 H2O어울림골프대회’가 30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파크 골프장에서 열렸다. [사진=최승식 기자]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파크 골프장. 2000여 평 규모의 잔디 골프장 위에서는 서너 팀의 경기가 한창이다.

 송인득(53·서울 구산동)씨는 벙커(모래땅의 장애구역)에 빠진 공을 앞에 두고 신중한 모습이다. 이리저리 각도를 잰 다음 골프채를 힘껏 휘둘렀다. 공을 들인 샷이었지만 그가 친 공은 경기장 밖으로 나가 OB(Out of Bounds)가 선언됐다.

 송씨의 플레이는 평범했지만 골프를 치는 그의 모습은 특별했다. 송씨는 목발 없이는 거동할 수도 없는 장애인이다. 그는 한 손으로 목발로 쥐고 몸을 지탱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골프채를 휘두른다. 파크 골프장 곳곳에서는 송씨 외에도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동아제약과 사단법인 H2O가 주최한 ‘제1회 박카스배 H2O 어울림골프대회’의 한 장면이다. ‘어울림골프대회’는 세대·지역·계층을 넘어 함께 어울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대회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장애청소년 등 120명이 고루 참여했다. 파크 골프의 경기 규칙은 간단해 장애인과 노약자도 쉽게 즐길 수 있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1000여 명의 장애인이 파크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추산된다.

 게임은 장애 정도와 성별 등에 따라 조를 나눠 진행됐다. 비장애인으로 대회에 참가한 손석우(52)씨는 “장애인과 골프를 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지만 경기를 함께하면서 서로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한인상공인대회 초대 대회장이기도 한 H2O 홍성은 회장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파크 골프에 주목해 대회까지 열게 됐다”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잘 이해하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상금의 절반은 불우 청소년을 위한 ‘학교 밖 학교’에 기부된다.

이수기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파크 골프=공원(park)과 골프(golf)의 합성어로 공원 같은 소규모 녹지공간에서 즐기는 골프를 말한다. 경기 진행 방법은 골프와 유사하다. 전용 클럽(길이 86㎝)과 지름 6㎝의 플라스틱 볼을 사용한다. 플라스틱 볼은 높게 뜨지 않는다. 파크 골프는 비용이 저렴(게임당 3000원~1만2000원 선)하고 넓은 공간을 이동할 필요가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30여 개의 파크 골프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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