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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탈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우리나라에서『탈옥』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할리우드 영화는 두 편인데,사람들은 폴 뉴먼이 감옥에서 조지 케네디와 달걀먹기 시합을 벌이는『탈옥』(Cool Hand Luke)은 기억하면서도감옥으로 끌려간 커크 더글러스가 조지 케네디에게 두들겨 맞아 어금니가 부러지는 또 다른『탈옥』(Lonely Are the Brave)은 잘 모르는 것같다.
커크 더글러스는 어느 토크쇼에 나와 평생 만든 영화 가운데 『탈옥』을 가장 좋은 영화였다고 말했는데,1962년 흑백 파나비전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어떤 세기말적인 상징까지 담은 걸작이었다. 이 영화의 감독 데이비드 밀러는 그보다 20여년 전에빌리 더 키드의 생애를 담은 로버트 테일러 주연의『최후의 무법자』를 만들기도 했는데,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최후의 카우보이』였다면 기막히게 잘 어울렸으리라는 생각을 한다.원제목 이『용감한 자는 고독하다』인 이 영화는 에드워드 애비의 소설『용감한카우보이』가 원작.
현대문명이 발달해 설 자리가 없어진 카우보이 존은 이제 양몰이를 하는 신세가 되었는데,서부의 사나이들이 양몰이를 얼마나 수치스럽게 생각했는 지는 조지 마셜의 서부영화『대결』에서 글렌포드가 아무도 자기를 깔보지 못하게 동네 제일가 는 주먹 미키쇼네시를 불러다 무작정 때려 눕히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탈옥』에서 존은 같은 자연인이었던 친구 폴이 투옥된 것을 알고는일부러 싸움을 벌인 다음,감옥으로 들어가 친구를 데리고 같이 탈옥하려고 계획한다.하지만 친구가 그냥 형을 다 치르고 나오겠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혼자 탈옥한 다음 커크 더글러스는 오클라호마의 험악한 산악에서 헬리콥터와 무전기를 갖춘 초현대판경찰 추적대에 쫓기는 몸이 된다.
월터 매소 보안관의 추적을 받아 장난꾸러기 애마 위스키를 끌고 소총 한 자루로 헬리콥터와 싸우며 산을 넘어 도망치던 카우보이는 결국 고속도로에서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를 뚫고 길을 건너려다 캐럴 오코너가 운전하는 변기 수송 화물차에 치여 쓰러진다.고속도로 위에서 카우보이가 문명에 저항하는 자연인으로서 극렬한 상징처럼 보이게 하는 모습이었다.
〈安正孝.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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