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좌에 비자금 50억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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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9일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전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50억원대로 추정되는 현금이 내 명의의 은행계좌에 입금돼 있었다. 이는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이다'라는 양심 선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2006년 금융소득 종합과세 납부 실적에는 1억8000여만원의 이자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를 연이율 4.5%로 계산하면 예금액은 5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제단은 "본인 동의 없이 개설돼 삼성그룹 비자금 조성에 이용되는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는 1000여 개에 이른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았으며, 김인국 신부 등 사제단 소속 신부 3명이 회견을 했다. 검사 출신인 김 변호사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약 7년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과 재무팀에서 일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김 변호사 차명계좌는 삼성그룹과 무관한 개인의 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삼성에 재직할 당시 동료 임원이 계좌를 빌려 주식투자를 해 재산이 불어난 것"이라며 "김 변호사의 동의하에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임직원 명의의 비자금 차명계좌가 1000여 개에 이른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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