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의 이중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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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외교에서 幻想은 禁物이다.또 겉으로 드러난 태도만 보고 호의를 가졌다고 속단하거나 기대해서도 안된다.2년전 修交이래 상당한 관계 증진을 이룬 것으로 여겼던 中國이 北韓의 요청을 받아들여 군사停戰위원회 철수를 결정한데서 우리는 그러 한 외교의 鐵則을 절감한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북한 편을 들었다는 차원에서 유감스런 일이 아니다.말은 韓半島의 안정과 停戰체제의 존속을 희망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한반도 정세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그 二重 플레이에 대한 경계 때문이다.
군사정전위는 40년 가까이 休戰체제를 관리해 왔다.현상유지를위한 안전판 노릇을 해온터에 북한에 이은 중국의 철수로 이제 그 위기관리 기능을 잃게 된 것이다.이는 지난 5월 停戰委 철수와 板門店 군사대표부 설치를 통고한 북한의 일 방적인 협정위반 행위에 동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북한이 停戰委의 유명무실화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를 따돌리고 휴전협정을 美國과 단 둘만의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려는 속셈 때문이다.미국과의 모든 접촉을 정치회담 수준으로 끌고가 외교관계를수립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駐韓美軍 철수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 그들의 오랜 전략이다.
미국과의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전문가들의 협의일정까지 확정된 지금 時點에서 보자면 정치회담 목표는 상당히 진전된 상태다.거기에 평화협정을 덧붙일 준비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나온 중국의 停戰委 철수 결정은 결국 南北韓 모두에 好意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기네國益을 챙기려는 행위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철수결정 사실을 밝힌 외교부 부부장은 새로운 평화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외교부장은 停戰체제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하는데서 그런 면모가 드러나고 있다.
말로는 당사자 해결원칙을 내세우면서 정작 한반도 문제 해결의실질적 당사자인 韓國을 배제하려는 북한의 정책을 두둔하는 모순을 중국은 범하고 있다.북한과의 전문가회담과 고위급회담을 앞둔미국이 얼마나 우리 입장을 반영할 것인지 우려 도 나오고 있는상황이다.이러한 현실을 인식한 정부의 냉철한 외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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