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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대학살 희생자를 팔아먹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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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만 핀켈슈타인(51.시카고 드폴대 정치학 교수)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독일 나치가 자행한 인종대청소의 소각장으로 악명높았던 바르샤바 게토와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생존자였던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하루도 과거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말년에 그 홀로코스트(대학살)가 대중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을 보고 몹시 실망했다고 아들에게 털어놨다.

가스실에서 사라져간 진짜 역사의 증인들은 말이 없는데 살아남은 자들이 오히려 홀로코스트를 떠들며 파렴치한 돈벌이를 하고 있는 현실이 가증스러웠기 때문이다.

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핀켈슈타인이 던진 질문은 가슴아프게 세상을 떠난 선친이 남긴 유언과도 같았다. 거의 6백만 명에 달하는 유럽 유대인들이 나치에게 개처럼 죽임을 당한 대학살을 이용해 돈과 '윤리적 자본'을 얻은 유대인 엘리트 중심의 단체와 기관들을 그는 뭉뚱그려 '홀로코스트 산업'이라 부른다. 그의 어머니가 나치 박해에 시달리며 6년을 어둠 속에서 벌레처럼 지낸 보상으로 단돈 3천5백달러를 받은 반면, 희생자들의 이름으로 각종 배상 위원회를 만든 유대인 지도자들은 연봉으로 수십만달러씩 챙기는 홀로코스트 장사치로 부귀와 명성을 누렸다.

그들은 독일 정부가 지급한 배상금을 갈취하고 스위스 은행에 잠자고 있던 유대인 재산을 사취했으며 미국에만 1백여개가 넘는 홀로코스트 관련 단체들과 홀로코스트 박물관들의 주요 자리를 차지했다.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홀로코스트에 대해 쉬쉬하며 침묵하던 미국 내 유대인 엘리트들이 이렇게 '홀로코스트 신화'를 권력화하고 착취한 뒤에는 누가 있을까. 핀켈슈타인은 서슴없이 미국을 꼽는다. 1967년 아랍과의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압도적인 무력 행사로 승리하자 미국은 무릎을 치며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미국 패권의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그로부터 유대인 엘리트들은 "냉전 드라마에서 단역 배우로 출발해 주연 배우로 성장한 셈"이 됐고 홀로코스트는 신성화됐다.

용기 있는 고발자 핀켈슈타인은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다시금 홀로코스트가 재현되고 있는 지구를 걱정하며 모친이 남긴 말을 전한다. "아프리카계 흑인과 베트남인.팔레스타인 사람들 모두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란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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