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후보 문국현의 단일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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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당 후보가 확정되면서 치열한 대선 경쟁의 막이 올랐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여전히 50%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비한나라당 후보 단일화 움직임이 부산하다.

이번 대선에선 특히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 후보의 행보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기성 정치인과의 차별화 전략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면서 제3의 후보로, 또 후보 단일화의 우선 대상자로 꼽히고 있다.

의미있는 제3후보의 등장은 기존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매력있는 후보, 기존 정당에 대한 소속감 약화라는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가능하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로스 페로가 18.9%의 득표율을 올린 것도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국민의 정치 불만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3의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존 정치와의 거리 두기가 불가피하다.

유권자들은 문국현 후보를 잘 모른다.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문 후보 지지자 가운데 20%가량은 후보를 알지도 못하면서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 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소극적 지지자로 분류할 수 있다.

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절반 이상은 문 후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대선 후보 어떤 사람과 정책이 가까운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다른 후보와 전혀 가깝지 않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특히 현재 문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타 후보와의 유사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는 지지자들 다수가 제3후보로서의 자리매김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며, 나아가 후보 단일화를 거부하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문 후보가 당선 가능성을 높이거나 자신이 주장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선 다른 후보와의 단일화나 연대가 필수적이다. 후보자 선택에서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응답자가 60%를 웃돌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 후보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외연 확대를 위해 기존 정치로 접근할 경우 지지자들의 이탈이 예상된다. 만일 다른 후보로 단일화한다고 해도 현재의 문 후보 지지가 고스란히 그 단일화한 후보로 합산되지도 않을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부동층이나 지지 후보 변경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변화 추세를 봐도 기존의 지지도 분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 후보의 잠재력은 그 자체보다 선두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문 후보 지지자는 이명박-정동영 두 후보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워 누구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일까. 만약 막판에 1, 2위 간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문 후보가 3위를 고수할 경우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다른 후보로 이탈하려는 기존의 문 후보 지지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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