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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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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년 탤런트 부부의 이혼이 화제다. 결혼 26년 된 잉꼬부부로 소문난 커플이었다. 겉으론 별 탈 없이 살다가 자녀가 장성한 이후 갈라서는 중년 이혼의 전형이다. 부부는 각각 인터뷰를 통해 “특별한 계기는 없다. 서로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어서,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년 부부의 황혼 이혼에 이어 최근에는 40~50대 중년 부부의 파경이 두드러진다. 자녀가 대학 가는 시점과 겹쳐져 ‘대입 이혼’이라고도 불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말부터 급증하던 이혼은 2004년을 기점으로 줄고 있으나, 황혼·중년 이혼은 예외다. 2006년 전체 이혼 부부는 전해보다 2.7% 줄었지만 45~49세 이혼 여성은 10.1%, 50~54세 이혼 여성은 16.9% 늘었다. 2005년 기준으로, 40~50대 남녀 17명 중 1명이 이혼자이며 40~50대 이혼자가 전체 이혼자의 70%를 넘는다.

중년 이혼 급증의 큰 변수는 여성의 변화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더 이상 희생적 삶을 감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적 욕망 드러내기, 개인주의 확산,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 변화, 이혼 아내의 재산권 보호 등도 영향을 미친다. 저소득층에서는 경제적 요인이 더 크다. 가장의 조기 퇴직·실직이 불화와 이혼으로 이어진다.

중년 이혼의 급증은 고령화 사회에서 늘어난 결혼기간만큼 관계 유지를 위한 심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환기시킨다. 40세 이후 30년이 ‘제2의 성장기’이자 최종적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책 『서드 에이지』적 사고가 결혼생활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SOS 부부클리닉』의 앤드루 마셜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현대인은 안락한 부부 관계에 안주하기보다 가슴 벅찬 부부 관계를 기대한다. ‘전처럼 열렬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오늘 부부에게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다. 우리가 속한 문화는 사랑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신비로운 것으로 그리고 있으나… 현대인은 사랑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지하다.”

그러고 보면 늘 사랑을 말하지만 정작 잘 모르는 것이 ‘사랑’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로, 남편의 돈만으로 유지되던 결혼생활은 끝났다. 이성 배우자 간 경제력과 성적 서비스의 독점적 교환이 결혼제도를 지탱해 왔다면 이제는 진짜 사랑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관건이 된 것이다. 남의 나라 얘기이긴 하지만 맘에 들지 않으면 퍼스트 레이디 자리까지 걷어차는 세상이다. 우리가 진짜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은 ‘사랑학’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