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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수사 뻥튀기발표 말썽-10代소녀들 단순폭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찰의 고질인「뻥튀기 수사」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26일 발표한「10대소녀 폭력단」수사가 대부분 과장되고 부풀린 내용임이 확인돼『경찰이 아직도 과거의 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있다.
경찰은 논란이 예상되자 정작 구속영장엔 언론에 발표한 범죄행위는 모두 빼고 단순 폭력혐의만을 적용했으나 그나마 영장이 신청된 9명중 1명만 구속됐다.
金모양(18.D여상1)등 10대 소녀 9명은 25일 밤11시쯤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경찰에 연행됐다.
미성년자인데도 부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은채 철야수사를 벌인경찰은 26일 오후『여고생 폭력서클「여자 구종점파」일당 9명을검거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밝힌 이들의 범죄행각은 일본 야쿠자나 국내 조직폭력배들을 연상케하는 것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의 서클조직원 李모양(17.K여실고1)을 지방술집에 팔아넘기려던 또다른 金모양(16.무직)과 金양의 남자친구등 4명을 서울구로구구로동의 조직원 아지트로 끌고가 金양의 코에 고무호스로 물을 집어넣는 물고문 을 가하고 부엌칼로 위협하며 폭력을 휘둘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23일 피해자 金양을『반성하는 기미가 없다』며 다시 끌고가 고막을 파열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인 9명의 10대 소녀들이 남자폭력배들과 집단혼숙하며 야간에 룸카페종업원으로 일해왔고,구로공단 주변 유흥가에서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이 편싸움을 벌인뒤 화해과정에서 구종점파를 결성했고『조직원을 괴롭히면 함께 뭉쳐 복수한다』는 충격적인 맹세를 한뒤 이맹세에 따라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이 경찰의 발표였다.
그러나 경찰이 작성해 이날밤 법원으로 넘긴 구속영장에 진술된내용은 당초 발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 어느곳에도 이들이「여자구종점파」라는 폭력서클을 조직했다는 내용은 없었고,남자폭력배들과 집단혼숙하고코에 호스를 꽂아 물고문을 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구속영장 내용대로라면 비행 청소년들끼리 싸움을 벌인 정도에불과했다.
담당판사는 경찰이 신청한 9명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해 절도전과가 있는 宋모양(16.무직)만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다.초범이고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는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로부터 확인되고 있다. 경찰에 의해「여자 구종점파」두목으로 돼 있는 金모양은『싸운 것은 사실이고 우리가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상대방이 맞은것도 사실이다.하지만 물고문을 한 사실은 없으며 피해자 金양은덥다고 해 수돗가로 데려가 몸에 물을 뿌려줬을뿐』 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金양의 진술에도『호스로 물을 뿌렸다』고 돼 있으나경찰에 의해『코에 호스를 집어넣어 물고문을 했다』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경찰은 또 이들이 8개월간이나 남자폭력배들과 집단혼숙했다고 밝혔으나 가족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들 모두 밤늦게 귀가해 속을썩이긴 했지만 가출사실은 전혀 없었다.
이들중 구속된 宋양만 3주일간 룸카페 주방보조를 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경찰조서에는 이들 모두가 야간에 술집 종업원으로 일한 것으로 둔갑했다.
『우리딸이 문제가 있는줄은 저도 압니다.하지만 폭력조직을 결성하고 집단혼숙하며 물고문까지 했다니,저희 부모들이 대부분 가난하고 못배워 변호사를 살 능력도 없고 항의도 제대로 못한다고아직도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이런 엄청난 범죄혐의 를 뒤집어 씌워도 되는 겁니까.』 뒤늦게 연락을 받고 달려온 한 아버지는형사들의 눈치를 보며 기자에게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종점파로 알려진 남자폭력배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검거된 소녀들이 연관이 있는 것같아 좀 무리하게 적용시킨것 같다.』 수사를 담당한 형사의 고백이다.문민시대의 경찰이 정말 이래도 되나. 〈申成湜.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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