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중앙일보를 보고-지면섹션화 언론발전 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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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우리 언론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그동안 우리 언론계는 솔직히 말해 변화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우선 독자의 수준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졌고,정보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달라졌다.오늘날의 독자는 일반적 정보에 만족하지 않고 전문적인 고급정보를 요구한다.
멀티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내년이면 종합유선방송과 지역민방이 개국되고,97년에는 적어도 세개 이상의 직접위성방송국이 개국된다.일본과 홍콩의 위성방송이 국경을 넘어 홍수처럼 밀려오고 있다.
신문이 독자에게 유익하고 질높은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하면 그들은 방송쪽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광고주들 역시 신문보다는 방송을 더욱 선호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신문산업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95년을 기점으로 판매와광고에 있어 보기 드문「위기상황」을 맞게 될는지도 모른다.여기에 국제적으로는 시장개방압력이 연관돼 작용하게 된다.
中央日報가 우리 언론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미 전문기자制를 도입했고,기자 채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전자신문 개발을 완료했다.
9월1일부터 中央日報는 48面으로의 증면과 더불어 본격적인 지면의 섹션화를 시도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나라 언론사상 최초의 개혁으로 높게 평가된다.특히 지면의 섹션화는 가까운 일본에서도 시도되지 않은 용기있는 결단으로 우리나라 언론 발전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되리라 평가된다.
필자는 신문 독자의 한사람으로서,그리고 신문학을 연구하는 학자의 한사람으로서 본격적인 지면의 섹션화 노력에 경의와 찬사를보내고 싶다.필자는 우리나라 언론계에 있어 변화가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 다.
中央日報가 어렵게 시도한 이 개혁이 앞으로 성공할 수 있기를바라면서 다음 몇가지 점을 부탁한다.
첫째,中央日報의 섹션화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섹션간 특화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종합뉴스섹션.경제섹션,그리고 스포츠섹션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 누가 보아도 분명한 특색과 개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니까 종합뉴스섹션은 종합뉴스신문 같아야 하고,경제섹션은 경제신문 같아야 하며,스포츠섹션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 스포츠신문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세가지 섹션은 형식과 내용에 있어 상호 보완적이기보다는 상호 배타적이도록 제작돼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中央日報의 섹션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量보다는 質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오늘날의 독자들은 고급정보를 갈망한다.따라서中央日報는 섹션화와 더불어 심층분석.평가해설.조사연구.전문기사,그리고 정밀 저널리즘(Precision Jou rnalism)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셋째,이러한 노력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개혁은 선언만으로 성취되지 않는다.그것은 21세기를 전망하면서 경우에 따라 실망과 좌절을 딛고 오랜기간 힘을 합해 정진할때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
서양 사회는「귀납적 문화」가 지배하기 때문에 섹션화가 쉽게 정착된다.
우리나라와 같은「연역적 문화」가 지배하는 동양 사회에서는 경우에 따라 섹션화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목적 관철을 위한정진이 더욱 요구된다는 뜻이다.
中央日報의 이번 개혁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면서 앞으로도 우리 언론계의 변화를 계속해서 주도하기를 바란다.中央日報에는 조간화,신문의 가로쓰기와 가로편집,그리고 문화섹션 신설등이 앞으로의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변화의 시대에 변화하면 흥하고 변화를 외면하든지 거부하면 망하게 된다.국내외적으로 90년대 중반은 신문산업의 발전을 위한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中央日報의 섹션화와 더불어 우리 언론계에 변화의 새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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