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르완다난민촌 전쟁터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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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아와 질병이 휩쓸던 르완다 난민촌의 비참한 상황이 국제 구호기구의 끈질긴 노력으로 호전되고 있으나 이번에는 자이르내 르완다 난민촌의 안전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레이 윌킨슨대변인은 25일80여만명이 수용돼 있는 자이르내 르완다 난민촌이 「사실상 전쟁상태」라며 국제 구호요원들이 칼.도끼를 든 르완다 난민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부카부 난민촌에서는 이미 프랑스.스페인.미국등 3개국에서 온15명의 구호요원이 칼.도끼를 든 난민들의 살해위협을 피해 난민촌을 떠났으며 「국경없는 의사」단체등도 난민촌에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유엔은 난민들이 구호요원들에 대해 지극히 적대적이며 일부는 구호요원들이 유독물질이 든 수돗물을 공급했다고 난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구호요원들에게 돌을 던지고 다른 난민들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하는가 하면 구호식량 분배를 둘러싸고 자이르 정부군과도자주 충돌하고 있다.
지난 이틀동안 고마 난민촌에서는 5~6건의 산발적인 총격전과수류탄공격이 발생했다고 구 호요원들은 전했다.
이같은 혼란은 舊정부군 또는 민병대 출신들인 후투족 강경파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이들은 귀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난민에 대해서는 야간에 습격,발목을 잘라 보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다른 난민들의 귀국을 방해,이를 담보로 자신들의 안전한 귀국 보장을 받아내기 위한 속셈인 것이다.
따라서 르완다의 추수기간인 9월까지 난민들이 귀국하지 않으면또다른 기아와 떼죽음을 우려하고 있는 유엔과 구호단체로서는 이제 기아나 질병보다 더 어려운 후투족 강경파들과 싸움을 앞두고있는 상황이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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