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협정 당사자는 남·북·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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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23일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할 당사자는 남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4자라고 말했다. 그는 미 기업연구소(AEI) 초청 연설에서 평화협정 서명 주체와 관련,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남북한이나 미국과 중국도 한국 전쟁에 개입했다"며 "우리는 4개 당사국이 한반도의 궁극적인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6자회담을 영구적인 지역(동북아) 안보체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으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더 많은 진전이 있어야 한다"며 "비핵화를 위한 평화적인 해법에 도달하면 아시아 안보에 관한 다자체제를 구체화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자 안보체제와 관련해 우리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한 가지 아이디어는 6자회담, 그중에서 특히 동북아 평화안보 실무그룹을 영구적인 동북아 평화안보체제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그로폰테 부장관은 "6자회담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지만 난관은 아직도 많다"며 "미국은 북한 체제에 대해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단지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격언을 염두에 두고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북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작업이 다음달 1일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에서 6자회담 일본 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과 만난 힐 차관보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는 문제도 일본 측과 논의했다"며 "미국은 북한을 궁극적으로 명단에서 뺀다는 목표 아래 (당사국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최근 공화당 의원들을 상대로 "부시 행정부와 북한이 협상하는 걸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적극적인 로비를 하고 있다고 미 의회 소식지인 '더 힐'이 23일 보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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