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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도팔걷고나섰다] 가슴 따뜻한 ‘행복 세일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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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스안전공사 서부지사 봉사단원
중증장애아 보금자리 보일러 제공

 서울 종로구 체부동 104번지 ‘라파엘의 집’은 중증 장애아동 16명의 보금자리다. 2층 양옥을 개조한 이 집에 22일 오전 이대순(36)씨 등 한국가스안전공사 서부지사 직원 10여 명이 찾아왔다.

 "날씨가 따뜻한데 아저씨와 나들이 갈까”라는 제안에 아이들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일행은 정유민(10·뇌성마비)군을 비롯한 어린이 5명을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에 나섰다.

하지만 이씨 일행은 아이들이 떠난 뒤 본격적으로 봉사에 들어갔다. 10년 넘은 낡은 보일러를 가스안전공사 봉사단원들이 기증한 신형 보일러로 교체하는 작업이었다. 작업을 지켜보던 박광원(49·라파엘의 집 총무)씨는 “요즘 자주 보일러가 멈춰 겨울나기를 걱정하던 차에 먼저 찾아와 도움을 주니 감사하다”며 반겼다.

 서부지사 직원들이 이곳을 찾게 된 건 ‘보육원의 낡은 보일러를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던 담당 검사원의 귀띔 때문이다. 그리고 라파엘의 집을 방문했다. 수리보다는 교체가 낫다는 판단이 섰다. 이들은 평소 모은 성금으로 새 보일러를 사기로 결정했다. 회사도 선뜻 지원금을 보탰다.

 직원들은 이날부터 26일까지 독거 노인 두 가구에도 가스 배관을 수리해줄 예정이다. 올 상반기에도 서울 용산구 일대 독거노인 여섯 가구에 가스 배관을 교체하고 가스레인지를 선물했다. 공사 직원 400명도 제14회 전국자원봉사대축제 기간에 맞춰 전국 31곳의 복지시설과 저소득층 세대 1400여 곳을 방문, 봉사에 나선다.

 세 시간 정도의 공사 끝에 새 보일러 설치가 마무리됐다. 중증 뇌성마비로 팔다리가 굽어진 서문혁(14)군의 두 손을 쓰다듬던 김상섭(48·차장)씨는 “영세민들의 가스시설 점검에 나설 때마다 복잡하게 얽힌 가스관과 낡은 보일러를 보고 안쓰러웠다”며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적은 힘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새 보일러가 들어온 이날은 마침 정유민군의 열 번째 생일이었다. 직원들이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유민군은 ‘아’라는 탄성과 함께 살며시 웃었다. 말을 제대로 못하는 유민군에겐 ‘기쁨의 표현’이라고 담당 교사는 일러 줬다. 활동을 모두 마친 박미영(여·33)씨는 “우리들의 기술과 정성이 어려운 분들의 겨울나기에 보탬이 된다니 설렌다”며 웃었다.

천인성 기자

21일 서울 체부동 장애아동 복지시설 ‘라파엘의 집’을 방문한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들이 모은 성금으로 새 보일러를 기증·설치했다. [양영석 인턴기자] 삼천포화력발전소 나눔봉사단원들이 22일 경남 사천시 이금동에서 ‘사랑의 집짓기’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천=김상진 기자]GM대우 인우회 회원들이 21일 열린 ‘가을사랑운동회’에서 시온육아원 원생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우회 제공]

2 삼천포 화력발전소 나눔봉사단
8살 어린 가장에게 새 집 지어주기

 22일 오후. 와룡산 기슭인 경남 사천시 이금동 금암마을. 비좁은 골목길을 100여m 올라간 마을 끝자락에서는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한국남동발전㈜ 삼천포 화력발전소 나눔봉사단원 30여 명이 탁모(8·초등1년)양의 집을 지어주고 있는 ‘해피하우스’ 2호 공사 현장이었다. 이날 봉사단원들은 지붕의 골격을 만드느라 철구조물을 지붕까지 들어 올린 뒤 용접을 마치고 합판을 씌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집 주인 탁양은 어머니가 세 살 때 사망하고 아버지가 돌보지 않아 친할머니(84)와 함께 살고 있었다. 포크레인 한 대를 동원해 집을 철거한 뒤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철골로 뼈대를 세우고 지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작업에 들어가는 건축자재 2000여만원 어치를 사 온 뒤 거의 모든 작업에 봉사단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봉사단원들이 발전소 내 전기·기계·건축·토목 기술자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10평짜리 건물이 다음달 10일께 완공된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조경 담당 봉사단원들이 회사내 수목원에서 기르던 나무를 옮겨와 화단까지 만들어 줄 계획이다. 가전제품과 가구, 가스레인지 등도 새 제품으로 구입해 한 살림 차려줄 참이다. 봉사단은 탁양의 학비와 생활비 보조를 위해 회사 내 소년·소녀 가장 돕기 기금을 활용해 매달 25만원도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삼천포 화력발전소는 소년·소녀 가장 40명에게 한 명당 매달 25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봉사단의 이승진(50) 기계1부장은 “발전소에 근무하는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찾다가 지난해 ‘해피하우스’ 사업을 시작했는데 어려운 가정이 너무 많아 대상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눔봉사단의 해피하우스 1호는 지난해 11월 고성군 하이면에 사는 정신지체 장애인의 집이었다. 봉사단은 내년부터 해피하우스를 해마다 서너 채씩 지어 줄 계획이다.

 봉사단 활동비는 단원들의 회비와 회사 측의 지원금으로 조성된다. 전체 직원 580명이 1인당 1만~2만여원의 회비를 내면 회사측이 같은 비율로 보조해 줘 조성된 연간 1억4000여만원으로 각종 사업을 벌인다.

 이 밖에도 나눔봉사단은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용산초등학교(사천)와 하이초등학교(고성)에서 전자 기타를 직접 조립해 보는 ‘주니어 공학교실’을 열고 있다. 23일에는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자연정화활동을 벌였다. 24, 25일에는 중증 장애인 시설인 평강의 집(사천)과 천사의집(고성)에서 봉사활동을 벌였고 소년·소녀 가장 20명에게 컴퓨터도 보내줬다.

사천=김상진 기자

3 인천 GM대우 사회봉사단 인우회
육아원생 ‘가을사랑운동회’ 웃음꽃

 21일 오후 인천 부평의 경찰종합학교 운동장.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가을 하늘 아래 100여 명의 시온육아원 원생들과 비슷한 수의 자원봉사 후원자들이 한데 어울려 뛰놀고 있었다.

 인천지역 자원봉사대축제 프로그램인 ‘가을사랑운동회’는 이날 예정된 경기를 다 마치고도 헤어지기가 아쉬워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에야 막을 내렸다. 시온육아원의 김모(11·초교 4년)군은 “형·누나들과 함께한 밀가루사탕 먹기가 제일 재미 있었다”며 “벌써 내년 운동회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가을사랑운동회는 지난여름부터 준비됐다. 인천 부평에 소재한 GM대우 사회봉사단의 인우회 회원들이 시온육아원 원생들과 인천 송도유원지로 물놀이를 갔다가 ‘이번 가을에는 잔치 하나를 열어보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우회 리더인 이진규(45)씨는 “‘이번엔 가을운동회를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자원봉사대축제 소식을 듣고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인우회는 자원봉사자 2000명을 자랑하는 GM대우 사회봉사단 소속으로 인천에 거주하는 사원들끼리의 봉사 동아리다.

인우회는 2년이 넘게 시온육아원을 드나들며 계절마다 원생들에게 나들이를 시켜주고 생일파티를 열어 주는가 하면 시설 수리 봉사 등의 활동을 펴왔다. 시온육아원은 인천에서 가장 큰 어린이집(150명 수용 가능)으로 현재 5~18세의 원생 102명이 생활하고 있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요즘은 결손가정이나 가정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한 원생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인우회는 시온육아원 측과 가을운동회를 협의하면서 다른 후원 봉사단체들과 함께하는 잔치로 발전시켰다. 정나누리(서명자 팀장), 아이사랑(최미녀 팀장), 일심회(서태호 회장) 등 육아원과 오랜 후원 관계를 맺어온 단체들을 포함시키면서 원생들은 각자 좋아하는 누나·형님들과 편을 짜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가을운동회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원생들은 줄넘기·피구 등의 오전 경기를 마치고는 나무그늘 아래서 형·누나들과 함께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오후에는 보물찾기·밀가루사탕 먹기·발야구·OX 퀴즈 등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가 모두 끝나자 원생들은 밀가루사탕 먹기의 준비물이었던 밀가루를 형·누나들에게 뿌리며 졸업식 같은 피날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진규 인우회 리더는 “아이들이나 후원자들이 너무 흡족한 하루를 보내 앞으로 해마다 이 운동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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