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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정, 대선이슈 '춤추는 전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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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 23일 오전 국무회의.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 부처에서 조목조목 정리하고 국정홍보처에서 종합해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또 "앞으로 국가 지표나 각종 보고서에도 지난 10년간의 성과 지표를 같이 보고하라"는 요구도 했다. 전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지난 10년은) 되찾은 10년으로 30년 적폐(積弊)가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2.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국민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개혁.혁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23일 오후 교육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밤 KBS 방송연설에선 "성장은 고사하고 부질없는 이념 논쟁으로 아까운 10년을 다 허비하고 말았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성장에너지가 꺼져 가고 있다. 나라 살림도 망치고 국민의 자존심도 추락시킨 것"이란 말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잃어버린 10년' '되찾은 10년' 논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 23일 하루 동안에도 여야 권력 최고 수뇌부가 총출동, 이 같은 원격 논쟁을 벌였다.

'이명박+한나라당' 대 '정동영+노무현+DJ+범여권'의 대결 구도가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이 근래 "잃어버린 게 있으면 신고하라"고 말한 뒤엔 인터넷상 '○○ 찾아 주세요'란 댓글이 이어지면서 전 국민적 논쟁 주제까지 됐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양극화를 통해) 국민의 기회를 빼앗고, 좌파 세력의 폐쇄적 민족주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북 정책으로 남북한 모두 고통스럽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여권을 '폐쇄 민족주의' '좌파 분열주의자' '경제 하향 평준화주의자' 등으로 몰아가면서 실용.성장.화합 등 긍정적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여권은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오히려 '되찾은 10년'이라고 반박한다.

청와대 정책실은 "한나라당이 그렇게 성토하는 문제의 원인은 1997년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것이고 한나라당 당사자"라고 비판했다. DJ도 근래 "국민의 정부 이래 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민주정치를 하게 됐을 뿐 아니라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경제로 발전시켰고, 무엇보다 북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이 '우파 특권세력' '반통일주의자' '시장만능주의자'란 것이다.

◆정권교체론 대 정권재창출론=이런 논쟁 이면엔 선거 전략도 맞물려 있다. 이 후보 측은 '잃어버린 10년'은 결국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의 측근인 고려대 곽승준 교수는 "이 후보가 오랫동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데 이유가 있다. 바로 시대정신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권이 2002년 성공했던 '20(가진 자) 대 80(못 가진 자)' 구도를 피해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과 정 후보도 싫은 눈치는 아니다. 대치 구도가 분명해지면 질수록 '한나라 대 비한나라' '20 대 80' 구도가 선명해질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국정 실패 논란을 피할 수 없다면 오히려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다.

파병 연장 관련 노무현 대통령 담화 요지

"2003년 자이툰 부대를 파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다. 북핵 문제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미 공조 유지가 긴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선택은 적절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이 성공적 결실을 맺어가는 국면이다. 남북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어느 때보다 한.미 간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대통령으로서 저 자신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국민께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게 도리인 줄 알고, 그렇게 하는 게 저에게도 명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는, 편안한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 더 중요한 건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앞으로 정부는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해 성실하게 대화하고 설득해 나가겠다. 국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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