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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연예가] '가수' 정은아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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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손창민.양동근.김민정.이재은.

이상은 아역 탤런트에서 성인 연기자로 대성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부터 그 재능과 끼를 인정받고 키워나가는 것은 단지 배우에게만 국한된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은 의외의 수확을 거두었다. 아나운서 중에서도 '어린이 진행자'가 있었다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살얼음 동동 뜬 식혜처럼 시원하고 달콤한 목소리의 정은아 아나운서.

그녀가 '마이크'와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당시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대전으로 전학간 그녀는 음악 선생님 추천을 받아 KBS 어린이합창단 시험을 보게 되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꼬마 정은아는 1년 뒤 우연한 기회에 '누나와 함께'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보조진행을 맡게 된다. 초등학생들의 사연과 동요를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에서 '누나' 역은 전문성우, 그리고 남동생 '철이'의 목소리는 정은아가 맡았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그녀의 목소리는 여성 특유의 날카로움보다는 마치 소년처럼 풋풋한 저음이 매력적이다. 이때 탁월한 진행능력을 인정받은 꼬마 DJ 정은아는 얼마 후 '무지개를 따라서'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단독 진행 제의를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방송으로 서울에 중심기지를 두고 지역별 어린이 DJ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하이라이트. 지금으로 치면 '6시 내고향' 라디오 버전이라고 할까.

"다음은 대전 나와주세요."

"네, 대전 무지개 정은아입니다. 오늘은 ○○학교 소식입니다. 지난 식목일, 전교생이 1인 1화분을 심는 행사가 있었는데요…."

이렇게 초등학교를 보낸 그녀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마치 운명처럼 그동안은 없던 방송반이 그해에 생겨나기도 했다. 물론 초대 아나운서도 그녀의 몫. 그로부터 3년 뒤인 여고시절까지 고스란히 방송반에서 보냈다. 결국 마이크와의 오랜 인연은 그녀의 천직을 결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 대학을 졸업하고 아나운서 시험을 치른 그녀는 당시 방송사 두곳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고민 끝에 처음 연이 닿았던 KBS를 선택하게 되었고, 15년 전 어린이 합창단원들과 찍은 바로 그 자리에서 입사 기념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갈고 닦은 말솜씨 때문인지 정은아의 탁월한 진행실력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그녀의 감춰진 노래솜씨는 과연 어떨까?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그녀의 노래가 실린 희귀앨범을 찾아냈는데…. 1993년, 라디오 DJ들의 옴니버스 앨범 중 그녀의 창작곡 '가끔씩 문득'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어린이합창단 출신 가수(?) 정은아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노래방에서 그 어렵다는 빅마마의 노래를 거뜬히 소화하는 그녀의 열창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때 농담처럼 던진 말. 만일 거액의 음반제작 제의가 들어온다면? 그녀,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란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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