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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서>극단 까망 불장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극단 까망의『불장난』은 기발한 발상과 엉뚱하다 싶은 내용으로객석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실험성 짙은 극이다.
대사보다는 육체언어에 의존하며 고정된 세트도 없다.인체와 그인체가 무대 뒷벽에 만드는 그림자가 세트를 대신한다.
하얀 벽에 비치는 인간 실루엣.그것은 어린시절 그림자놀이를 연상케 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그로테스크하며 보다 환상적이다.
미래 어디쯤의 사회.이곳은 에너지가 넘쳐 골치아픈 사회다.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화재의 주범은 남녀의 사랑.
남녀가 사랑을 나누면 둘 사이에서 발산되는 열기로 화재가 일어난다.급기야는 포고령이 발동된다.
「남녀의 사랑행위는 정해진 장소.시간에 관할 소방서의 허가를득해야 한다」는게 포고령의 요지.그러나 청춘남녀 모과와 장미의시도 때도 없는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
극을 관통하는 정서는 에로티시즘.모과와 장미가 나누는 세번의情事신은 여느 영화속의 한 장면을 복제한듯 자극적이다.선채로 혹은 무릎을 꿇고 또는 누워서 들판과 감방에서 이뤄지는 이들 정사신은 화려한 폭발을 향해가는 격렬한 몸짓과 정점에서의 완벽한 정지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구원의 세계를 찾아 새처럼 날고싶은 두 남녀의 소망이 담겨있다.포개진 육체사이에서 여체의 펄럭거림이 만들어내는 2人3脚의 육체언어는 비상의 날개짓을 연상시키며 이같은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그러나 이 극은 태권도나 쿵후,아이스 댄싱이나 발레등 낯설고어울리지 않는 동작으로 아마추어적 냄새를 물씬 풍긴다.단순히 볼거리로 넘기기에는 너무 과장되고 극중에서의 비중도 크다.육체언어를 강조하려는 연출가의 과욕이 극을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가져갔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 보이는 부분이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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